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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제이 Bin J Nov 01. 2020

칸디다 박멸을 위한 실험 시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시도 4가지

'이제는 나를 좀 놔줄 수 없겠니...'

    애잔한 노랫말 가사가 아니다. 언제나 늘 이별을 고하고 싶은 그 녀석, '칸디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네가 나를 놓을 수 없다면 내가 너를 뿌리 뽑아주리라!' 이런 마음을 먹었다가 점점 지쳐가는 과정 가운데 내가 깨달았던 것이 하나 있다. 그런 굳은 결의가 무색할 정도로 그놈의 균은 도통 반응하지 않는다는 거다.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면, 답은 하나. 내가 변하는 것이다. 지독하고도 극심한 칸디다증을 겪으며 질병에 대한 나의 관점과 방식도 변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싸움에서는 버티는 자만이 이기는 법. 나는 그저 아파도 살아냈고, 나아가 나에게 맞는 치료가 될 만한 방법들을 찾아가며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그래서 현재는 지난 3년간의 컨디션 중에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회복되었다. 내가 해본 새로운 시도들은 다음과 같다.



1. 식단(식이 요법) 철저히 지키기

    '저탄 고지'는 들어보긴 했는데 나와는 상관없는 식이요법이라고 생각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기름진 음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온 1인인지라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고기를 즐겨먹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토식'은 생소할 뿐이었다. 지식이 전무했기에 공부가 필요했다. 사전 조사해둔 책을 서점에 가서 둘러보고 바로 구입해왔다. 당장 읽고 싶었으니까. 파란색 색연필을 꺼내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쳐가며 빠져들듯이 읽었다.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의 토막 정보들은 빠르게 정보를 습득할 수는 있지만, 역시 한 권의 책은 시간이 좀 걸려도 확실하게 남기는 무언가가 있다. 약 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머콜라 박사의 책을 한 권 읽어보니 내 몸 회복을 위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그리고 어떻게 식단을 구성할지도 그림 그려지듯 머릿속에 개념이 잡혔다. 내 몸을 살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 있는데, 밀가루 섭취를 완전히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완전히 배제'라는 말은 누군가 날 생각해서 건네준 아주 조금의 과자 1조각, 나눠먹기 위해 잘라주는 빵 1조각 조차도 내 몸을 위해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이것은 '매정한' 결단이 아니다. '비장한' 결단이다. 칸디다가 '당'성분을 먹고 자란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 약 1년간 거의 밀가루를 끊고 살아봤지만 잘 지킬 수 없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적 관계 때문에 결심을 온전히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맛있는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눠주고, 챙겨주는 감사하지만 조금은 유별난 직장 분위기로 누군가 권하는 음식에는 도저히 예의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때마다 그토록 좋아하는 음식들(새콤달콤한 비빔국수, 여름이면 꼭 챙겨 먹던 고소한 콩국수, 콩나물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얼큰한 신라면 같은)을 먹지 않고 결심을 잘 지켜낸 내가, 집을 나와 출근만 해있으면 직원들이나 윗 상사분들의 고마운 손길에 무너졌었다. 그렇지만 온몸의 스위치가 셧다운 된 이상, 미안해도 거절할 용기가 필요함을 느꼈다. 나는 살아야 했기에... 



2. 플루코졸 3주간 처방

    수많은 건강 보조제를 복용하며 8개월간 칸디다 킬링 요법을 하던 중에도 나의 칸디다 증상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면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산부인과로 가서 처방받는 약이 '플루코졸'이다. 한 번만 먹으면 상당히 약효가 세서 일주일 동안 효력이 지속되는 약이다. 칸디다 증상이 발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기 시절에는 플루코졸을 한 번만 먹어도 금방 호전되고 유지 기간도 꽤 길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유지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2~3달 버티던 것이 1달 단위가 되고, 1달에서 더 짧게 호르몬 주기에 따라 2~3주 간격으로 짧아졌고, 어느새 1주일 단위까지 효력이 떨어졌다. 마치 신데렐라가 마법의 힘에 의해 드레스 입고 호박마차 타고 연회장 나갔다가 12시 땡 하면서 현실로 원상 복귀되듯이 약을 먹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면, 칸디다 증상이 짠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때마다 스트레스와 염려가 극에 달했다.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병원을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 활기를 쳐대는 칸디다의 지배를 받으며 영원히 살 수는 없다고 거의 울다시피 했다. 나의 심각성을 보시고 약을 3주간 더 처방해주기로 했다. 약을 먹으니 출근해서 일하기도 몸이 한결 수월해졌고, 불편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막 독한 약인만큼 이번엔 간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3. 크리노산 사용법 변경

     플루코졸 3주간 복용 외에도 크리노산 제품 사용 방법을 바꿔보았다. 크리노산은 질 세정제로서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은 피부에 바르고 물로 씻어냈었는데 주입하는 방식으로 바꿔, 질 내 산성도를 맞춰주었다. 병원에서도 쉽지는 않을 거라고 했지만 나을 수만 있다면 나는 못할게 하나도 없었다! 역시 해보지 않았던 방식이라 처음에는 굉장히 익숙지 않았는데 곧 적응하게 되었고, 치료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증상이 심할 때는 좌절감이 커서 '어차피 또 재발할 텐데, 이 약을 먹는다고, 이런 것을 발라본다고 뭔 소용이 있겠어'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도 내 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치료에 집중하다 보며 치료의 원리도 이해가 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이해한 '크리노산'의 역할은 밸런스가 깨져버린 질 내 환경 속에서 칸디다균이 비이상적으로 활성 및 과다증식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다른 균(젖산균)을 투입해 칸디다 균 개체수를 조절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칸디다가 활성화되어버린 심한 상태는 복용약을 먹어서 치료해야 하고, 크리노산은 평상시에 관리 차원에서 혹은 칸디다가 심해질 수 있는 배란일 같은 여성 호르몬 주기에 집중관리 목적으로 사용해주면 좋은 것 같다.



4. 지쳐있는 간 기능 되살리기, 한약 복용

    병을 낫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 계속 시도하고 실험해보는 과정에 복용한 약들이 상당했다. 게다가 독한 약인 플루코졸을 3주나 처방받아먹었으니, 아무리 식후에 바로 먹었다 하더라도 간에는 무리가 갔다는 증거는 나의 몸 상태가 말해주고 있었다. 칸디다 증상은 호전을 보였지만 몸이 다 죽어갈 것처럼 심하게 지쳤기 때문이다. 


    "아오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정말!" 회사 일이 힘들어서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솔직히 회사에서 일로 힘든 것도 없고, 근무 환경도 좋고, 어렵거나 힘든 사람도 없이 다 좋다(못 믿겠지만 사실이다). 문제는 내가 아픈 몸으로 출근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사실이다. 출근하려고 아침에 눈을 뜰마다 거의 기절해있는 내 몸을 일으키는 것도 고역이고, 출근해서 앉아있는 시간을 버티는 것조차 죽을 맛도 그런 죽을 맛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약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간 기능 되살리기 프로젝트. '한약.. 의미 없다 생각했지만 먹어 보고 아님 말지 뭐. 일단 또 시도해보자.' 실험 정신을 가동했다. 결과는? 다행히도 약이 몸에 아주 잘 받았고, 몸이 한결 편안해졌다. 하염없이 지치고 힘들었던 증상도 서서히 사라졌다. 컨디션이 좋아지니 칸디다 증상도 조금 완화되었다. 그리고 칸디다로 인한 브레인 포그 증상도 사라졌다! 


    이런 실험 과정과 증상에 대한 기록을 나의 블로그에서 보고 한의원 정보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어떤 심정으로 문의를 한 것일지 칸디다로 고생해본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테지만 내 글의 포인트는 한약을 먹고 나았다는 것이 아니었다. 한약을 먹는 동안 크리노산도 병행했고, 식이 요법도 꾸준히 유지했다. 커피, 밀가루, 탄산, 설탕, 시중에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당이 많은 모든 과일(딸기와 블루베리 제외) 등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갖은 노력은 여전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플루코졸이라는 강력한 약을 먹은 영향으로 칸디다가 주춤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한약을 먹고 난 뒤에도 호르몬 주기나 피곤함의 강도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칸디다증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한약을 먹고 나았다고 확언할 수 없는 것이다. 

    


 

   위의 4가지 방식들을 새롭게 시도하고 병행해보면서 질병을 낫게 하는 몸 컨디션 만드는 데에 온 집중을 쏟았다. 아마도 추측하건대 '간 기능'이 회복되면서 몸이 전체적으로 회복되는 효과가 있었을 것 같고, 그동안의 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다양한 시도들이 타이밍이 잘 맞았거나 시너지를 발한 것은 아니었을까.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이전보다 나아진 몸상태로 한결 편안해졌고, 일상의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회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니, 매일 아파했던 시간들이 언제 그랬었냐는 듯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렇게 회복되기까지 지긋지긋하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밤마다 아파서 잠도 잘 못 자고, 스트레스받으며 어떻게 견뎌왔나 모르겠다. 너무 힘들 때는 그 어둠의 터널의 끝이 과연 있을까 의문과 의심이 마음에 가득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고 보니 몸의 회복이라는 것은 노력하면 반드시 찾아온다. 그것을 내가 꼭 보여주고 싶었다.


    칸디다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꼭 칸디다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질병으로 인해 망가진 삶과 몸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꼭 찾아냈으면 좋겠다. 사람의 몸이 다 다르고, 질병의 종류와 정도도 다 다를 것이다. 그만큼 치료 방법과 그 효과도 제각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근본적인 치료인 '식단관리'부터 하면서 각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 꼭 회복되기를 바란다. 특별히 칸디다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알약 1알' 처방이면 되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칸디다가 우리 삶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조금만 더 힘내어 방법을 찾고, 그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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