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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Nov 09. 2016

그대가 걷는 길 #13 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서른 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리스본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보고 열차를 타고 싶었으나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세비야에서 열차로 이동하는 방법은 없었던 듯 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하지만 나는 미리 아는 동생과 리스본에서 숙소를 함께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야간버스가 아닌 주간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 이동하였다.


아무래도 장거리 이동이다 보니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늦은 밤 리스본의 'Sete Rios 역'에 도착하였다.

밤 10시가 넘어서 일까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밖을 나가도 길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너무 늦어서 택시를 타고 숙소 근처까지 이동했는데 거의 다 도착해서 겨우 겨우 버티고 있던 휴대폰이 꺼져버렸다. 숙소 위치가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였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어려워 먼저 체크인하고 있던 동생과 연락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상황이었는데 휴대폰이 꺼져서 더 이상 숙소를 찾아 갈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근처 호텔로 들어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충전을 구걸한 끝에 동생과 다시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세비야는 밤에도 관광객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12시가 넘어도 크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사실 세비야 뿐만 아니라 스페인 전체적으로 밤 늦은 시간에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언제나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았고 안전했던 것 같다.


하지만 리스본의 첫 느낌은 스페인과는 달랐다. 특히나 우리의 숙소가 올드타운에 위치해 있어서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골목길에 가끔씩 흑인들이 마치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듯한 느낌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어 두려움을 더했던 것 같다. 그래도 동생과 함께 다니니 위험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포르투갈에 괜히 온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 까지 그 당시에는 했던 것 같다.


장거리 버스 이동 , 힘겨웠던 숙소 찾기, 배낭을 매고 너무 고단한 일정을 보낸 탓에 조금은 지친 상태로 숙소에 들어갔다. 다행히 숙소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상당히 깔끔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내부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신 듯 했다.



<리스본 숙소, 내집 같은 편안함이...>


너무 늦은 밤이라 장을 보긴 늦었기 때문에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숙소 근처 아프리카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 부터 리스본을 둘러보기로 결정을 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오랜만에 도미토리 이층침대가 아닌 넓고 푹신한 더블베드에 누우니 그 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 지는 듯 했다


<침대 위 사진,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듯한...>


인연[因緣] 이라는 것에 대하여


이 동생과는 프라하에서 부터 스페인을 거쳐 포르투갈 까지 꽤 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했는데, 처음 프라하에서 만날 때 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 이 친구와의 인연이 이어질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예전 프라하 에세이에서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듯이 아직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인생에 대해 깊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모습이 나에게 많은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 준 듯 하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과 함께 다닌 것이 불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오랜 여행 기간 동안 함께 다니며 많은 것을 챙겨준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유럽 여행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 간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맺게 되는 대부분의 인연은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만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뜨뜨미지근한 관계, 서로 간에 도움은 못줘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연락이 뜸해져도 서운하다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딱 그 거리를 두고 모든 사람을 만나왔다. 아마도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게 사회에서의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유럽을 나오니 환경이 주는 특수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간혹 나이, 성별, 직업 등 여러가지 조건을 떠나서 순수하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서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고 허물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경우가 있었던 듯 하다.


상대방이 하고 있는 고민에 내가 조금이나마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것이 좋았고 나의 고민이나 생각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털어 놓을 수 있는 것이 고마웠다. 나의 이러한 행동이나 고민들이 유별나고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용기있는 것이라 받아들여주고 공감해주는 것에 또한 감사했다.


언젠가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파리에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있다.


누군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당당히 해 줄 수 있을 만큼 나 스스로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가끔은 내가 해 주는 조언에 '덕분에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고맙다' 말해주는 사람들을 만날때 스스로가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내가 해주는 이야기가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 것도 있지만 사실 나도 가끔 내가 이야기 하는 것처럼 아직은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사람들에게 했던 이야기들은 나 자신에게 하는 넋두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고 내 인생이 완벽하다고는 절대로 이야기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고는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깊이 새겨본다.





며칠 뒤에 서핑캠프를 가기로 예정되어 있어

생각보다 리스본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나와 동생 모두 여행을 할때 관광지를 많이 돌아보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솔직히 숙소 안이 너무 좋아서 노래를 틀어 놓고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만 바라보아도 너무 좋았다.

리스본에 도착한 첫날 여기에 괜히 왔나 라는 생각은 이미 저 멀리 증발되어 버린 후 였다.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그렇게 오전내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 뒤에 그래도 리스본에 왔으면 그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안먹어 볼 수는 없기에 우리는 에그타르트를 먹기 위해 수도원으로 가는 15번 트램에 올라탔다.


<15번 트램은 아니지만, 이렇게 오래된 트램이 이 곳 명물이다>


< 그 유명한 수도원 에그타르트집, 신구할배가 3접시나 드셨다던..>


줄이 너무 길면 어쩌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줄이 길진 않았다. 우리는 안에서 먹고가기 위해 식당안으로 들어갔는데 겉에서 보던 것 과는 다르게 식당안이 상당히 넓어 꽤나 놀랐다. 정말 돈을 많이 벌었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들정도로 식당규모가 컸다.



<에그타르트 와 커피>



나는 태어나서 에그타르트를 처음 먹어봐서 이게 정말 맛있는 것인지 다른 무언가와 상대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맛 자체에 대한 절대평가를 해 보자면 꽤나 맛있는 편이었다. 특히 디저트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너무 달지도 않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커피와 함께 먹기 참 좋았던 것 같다.



<수도원 전경>


그렇게 목표를 달성 한 후 근처 수도원과 바닷가를 따라 벨렘탑을 보러 걸음을 옮겼다. 사실 인터넷에서 아무것도 찾아본 것이 없어서 수도원이나 벨렘탑이 어떠한 역사적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전체적으로 도시가 주는 여유롭고 한적한 느낌이 좋았고 그것으로 우리에겐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그 중에는 당연히 바다도 큰 몫을 해내고 있었다.



<와인을 팔던 작은 트럭>
<강인지 바다인지...그래서 더 좋았을 수도>
< 역광의 벨렘탑>





리스본에서 마지막 저녁, 둘 다 그 동안 대부분 이층침대를 전전 하며 여행을 했기 때문에 리스본에서 지낸 이틀 동안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았고 사장님이 마련해 두신 블루투스 스피커도 이 곳을 떠나기 싫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서핑캠프를 위해 내일 떠나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둘은 노래를 들으며 연거푸 아 이 집에서 살고 싶다며 이야기를 나눴다.


< 숙소에서 바라본 석양>


나중에 집을 구하게 되면 꼭 이런 식으로 집을 꾸며놓고 살고 말리라 다짐하며 그렇게 리스본에서 마지막밤을 아쉬움과 함께 흘려보냈다.


아마 내일부터 새롭게 경험하게 될 서핑에 대한 기대감이 리스본과의 작별의 아쉬움을 덜어 주는 듯 하다.


다음에 또 올 수 있길 바라며...


Thanks Lis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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