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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Nov 25. 2016

그대가 걷는 길 #15 그 시절의 순수함

서른 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모로코

내 인생의 첫 아프리카 , 모로코


사실 모로코는 방문하기 직전까지 고민을 참 많이 한 나라이다.

아무래도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이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원인 모를 불안과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왕지사 여기까지 왔으니 아프리카 땅을 한번 밟아보자는

배낭여행자로서의 패기와 함께 여행 할 동행들의 존재가 더해져

나는 내 살아 생전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딛기로 결심했다.


모로코를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와 배를 통해 가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인데

우리는 스페인 Tarifa 라는 항구도시에서 배를 타고 모로코로 넘어가기로 하였다.

나는 하루 일찍 이 곳에 도착해 1박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모로코에 넘어가면

음식도 그렇고 도시 간의 이동도 그렇고 여러가지 힘든 상황들이 예상이 되었기에

하루 푹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점심도 먹고 동네도 둘러볼겸 길을 나섰다.

확실히 작은 항구도시여서 그런지 시내로 보이는 곳도 작은 상점과 음식점들이

모여 있을 뿐 그다지 눈여겨 둘러볼 만한 곳은 없었다.

나는 내일 타고 갈 배 시간도 알아보고 우리가 넘어갈 지브롤터 해협은 어떤 곳이지

구경도 할 겸 바닷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닷가에 가까워 질 수록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해변가에

도착했을 때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찬 바람에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파도는 채 그 모습을 들어내기도 전에 부서져 버렸고

부서지는 파도에서 흩어져 나온 물줄기들은 바람에 몸을 실고 날아가고 있었다.



<지브롤터 해협, 우리가 타고갈 여객선>
<발자취 , 내가 걷는 길>


모로코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생각보다 찾기가 어려워 간략히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정보를 공유해 볼 생각이다.

타리파에서 배를 타고 탕헤르[Tanger] 라는 도시로 이동을 한 후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쉐프샤우엔[Chefchaouen] 이라는 도시로 이동하기로 계획했다.  


첫번째, Ferry 티켓 정보 

항구에 가면 Ferry 회사가 두군데가 있는데 보통 두 곳이 한시간 간격으로 교차 운행을 한다.

간단히 이야기 해서 홀수 시간대에 운영하는 회사와 짝수 회사에 운영하는 회사가 각각 나누어져 있는데 비용 차이는 거의 없으니 그냥 한시간 간격으로 배가 운행된다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가격은 37유로 정도로 한화로 하면 약 5만원이 조금 안되는 금액이다.


<여객선 시간표, 다른 회사는 홀수 시간대에 출발 한다>
<여객선 비용 정보>


두번째, 모로코 버스 / 택시 정보

 모로코에서 가장 많이 타게 되는 버스는 CTM 버스이다. CTM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각 도시별로 이동 하는 버스 시간표를 검색할 수가 있는데 대부분 버스가 하루에 2~3대 밖에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버스 시간을 맞추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이 것 때문에 모로코에서는 이동 시에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너무 많아서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혼자 보다는 동행과 함께

다니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우리도 탕헤르에 도착해서 쉐프샤우엔까지는 버스가 아닌

택시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이동하는 인원이 4명이었기 때문에 나누어서 낸다면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보통 탕헤르에서 쉐프샤우엔까지 택시비는 500디르함으로 한화로 약 6만오천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처음부터 택시기사들이 500디르함을 부르진 절대 않는다.

기나긴 협상의 과정을 거쳐야 손에 쥘 수 있는 가격이 500디르함이다. 보통 처음에는 1000디르함을 부르니 절반 가격으로 생각하고 적당한 가격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기를 바란다.


< 쉐프샤우엔 가는 길, 일몰>
< 오래된 벤츠 택시에서 바라보는 석양>


탕헤르에서 쉐프샤우엔까지는 택시로 대략 3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가는 길이 산길이라 좀 불편하지만 그래도 택시 안에는 해 지는 광경도 보고 나름대로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늦은 밤 푸른마을 쉐프샤우엔에 도착했다.




푸른마을 쉐프샤우엔


모로코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여행계획에 꼭 들어가는 도시가 바로 쉐프샤우엔이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아마 내가 올리는 사진을 보면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된다.

벽화마을과 같이 대부분의 건물이 온통 푸른 색으로 칠해져 있는 도시.

관광객들이 많아서 인지 도시 자체가 낯선 이방인에게도 한 없이 친절하고 따듯하다.



<푸른 마을, 쉐프샤우엔>


대부분 모로코에서는 관광객들을 돈으로 보기 때문에 호객행위도 많고 바가지도 많이 씌운다고 알려져 있다.

쉐프샤우엔도 마찬가지지만 조금 다른 건

이 사람들의 기본 바탕에는 친절함이 깔려 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보다는

이 도시에 찾아줘서 고맙다는 느낌이 전해 질 정도로 사람들이 참 친절하고 순박하다고 해야할까,

언제나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는 그들에게서 왠지 모를 따듯함을 느꼈다.



< 이 곳은 길 고양이들의 천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동네를 구경하면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다닐 무렵

어디선가 한 무리의 꼬맹이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들에게는 우리가 타지에서 넘어온 낯선 외국인일텐데도 전혀 스스럼 없는 것이 참 놀라웠다.


우리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들어와 까불며 장난을 친다.

모로코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속설이 있어 함부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것도 전부다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이 꼬맹이들은 우리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들이대며 함께 사진을 찍고 서로 좋다고 깔깔대며 웃는다.


< 쉐프샤우엔의 꼬맹이들, 악수>




왠지 이런 아이들의 활발함이 좋았다.

아이들에게는 가식이 없다. 그 순간의 즐거움을 그대로 여과 없이 표출하는 건

아마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이러한 순수함이 남아 있는가?


나는 이것을 '철이 든다' 라는 것과 함께 연관지어 생각을 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철이 들었네, 안들었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듣게된다.

철이 든다는 것은 아마도 어른스러워 진다는 표현의 방식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는 항상 내가 참 빨리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티가 안날정도로 외적으로 드러나는 방황은 없었으나

내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거친 소용돌이를 마음에 품고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 나는 스스로 철이 빨리 들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사춘기 전후로 성격적인 부분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그 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때 나는 내가 철이 빨리 든 것이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이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인 마냥 나 스스로를 판단했고

주변 또래 친구에게 나의 성숙됨을 알리고 싶어 그리도 철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수 없이 떠들고 다녔던 것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철이 드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간직하는 것이었다.


가끔 어머니가 어린시절 사진을 바라보시며 ' 이 때는 니가 참 귀여웠는데..' 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어린시절 참 수다스럽고 장난기 많은 아이였다.

학교를 다녀오면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어머니에게 떠들어 대고

동네 아주머니들에 집에 놀러와 차라도 한잔하고 계시면 그 틈에 끼어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어른인척 행동하는 모습은 아무리 품안의 자식이라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때의 철이 든다는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 혹은 부질없는 자부심이 조금은 더 가지고 있어도 좋았을

순수함을 너무 빨리 잃어 버리게 한 것은 아닌지..


어른스러움이 아니라 어린이스러움이 필요 했던 나는 너무 일찍 내가 품고 있어야할 것들을 놓아 버렸는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어딘가에 남아있을 지 모를 각자 그 시절의 순수함을 꺼내보도록 하자.

아마도 그 시절의 순수함은 나에게서 사라진것이 아니라 어른스러움에 가려져 내 마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냉정하고 차가운 현실에 순수함이라는 감정은 부질없고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될지도 모른다. 순수함이란 바보스럽다는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삶이 너무나 고단하고 힘에 겹다면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가 낙엽이 굴러만 가도 깔깔대던, 세상 고민없듯이 마냥 해맑던 그 때의 그 순수함을 꺼내보자.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내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를 띄울 수 있다면 고단한 우리의 삶에 작은 숨통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Thanks Chefchaou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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