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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Dec 04. 2016

그대가 걷는 길 #16 사막의 밤

서른 살, 퇴사 후 떠나는 유럽여행_모로코


사하라 사막의 밤하늘, 그곳을 수놓은 수많은 별.


모로코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졌던 단 하나의 생각

"사하라 사막의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보겠다."


30년 간의 서울 생활, 대도시에서 살면서 이제 더 이상 밤하늘에 별을 보는 것은 불가능 해졌고 어느 순간 별이라는 존재는

노래의 가사 혹은 다큐멘터리에서만 볼 수 있는

나에게는 미지의 무언가 낯설고 신비로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남아 있는 강력한 하나의 기억

어린 시절, 아마도 초등학교 때가 아닐까 싶다.

보이스카웃에서 캠프를 떠났고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에 우리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저녁이 되고 우리들 모두는 운동장에 모여

투명한 A4 용지 사이즈의 아크릴판과 매직을 하나씩 받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씀


"모두 편하게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나눠준 아크릴판을 들어서 매직으로
밤하늘의 별을 아크릴판 위에 표시해 보세요."
 

그렇게 캄캄한 밤, 시골 초등학교에 누워 바라본 밤하늘에는 정말 무수히도 많은 별이 떠 있었다.

그 광경이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다워 세월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하나의 사진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는 이번 사막의 밤하늘에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었다.

살아생전에 언제 내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겠는가..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부푼 기대를 품고 사막으로 출발했다.


사막까지는 야간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페즈[Fes]라는 도시로 이동을 해야 한다.

페즈에 도착하면 기차역 맞은편에 메르주가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탈 수 있고

비용은 약 2만 오천 원 정도 한다.


< 페즈 기차역, GARE DE FES>


하지만 버스를 무려 12시간 동안 타고 가야 하는 여정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더군다나 저녁에 출발해서 이른 새벽 도착하는 야간 버스는 그 추운 새벽녘에도 쉬지 않고 에어컨 바람을 뿜어대고 있었다.


에어컨이 아닌 히터를 틀어야 할 운전기사는

히터는커녕 틀어진 에어컨을 끄는 방법도

그리고 영어도 할 줄 몰랐기에 우리는 그 추운 새벽

버스 안에서 벌벌 떨며 잠을 자는 것인지

추위에 정신을 잃어 가는 것인지 모른 채 힘겹게 사막에 도착하였다.






이쯤에서 모로코를 방문하였을 때 사막투어를 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 마라케쉬에서 사막투어 신청하기

 

 마라케쉬[Marrakesh] 는 모로코 도시의 이름이다. 카사블랑카에서는 기차로 약 3시간 정도 떨어져 있고, 사막까지는 버스로 약 11~1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다.

공항이 있어서 바로 마라케쉬로 넘어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마라케쉬에는 사막투어를 갈 수 있는 여러 업체(?) 들이 존재한다.

네이버에 조금만 검색하면 유명한 업체가 몇 군데 나오는데

보통 2박 3일 코스로 짜여 있고 가격은 800 디르함,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만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투어를 신청하면 좋은 점은 마라케쉬에서 사막까지 오는 동안 다른 관광지도 짧게나마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같은 경우는 이렇게 투어를 하진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자세한 정보를

공유할 수는 없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막투어를 신청해서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번째, 사막으로 직접 와서 투어를 신청하기

 

 조금 젊은 사람들의 경우는 첫 번째 방법보다는 두 번째 방법으로

사막투어를 많이 오는 듯한데,  바로 직접 사막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일단 사막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메르주가[Merzouga] 라는 도시로 와야 한다. 이 도시에서 숙소와 함께

사막투어도 병행하는 곳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알리네 집"이라는 곳이

독보적으로 유명하다. 아마 방송에도 나오고 해서 좀 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아무튼 알리네 집은 일반적으로 호스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호스텔에 머물면서 내가 원할 때 사막투어를 신청하면 그 일정에 맞추어 1박 2일 혹은 2박 3일 일정을 스스로 선택하여 그 날짜에 투어를 떠나면 된다.


투어를 하지 않고 그냥 묵을 경우는 150 디르함(2만 원 정도)

사막투어를 신청할 경우는 1박 기준 450 디르함(6만 원 정도)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다.

아마도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실제로 여기 숙소는 사막의 초입부와 굉장히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굳이 사막투어를 가지 않아도 숙소에서도 사막을 바라 볼 수도 있고

원한다면 걸어서라도 사막으로 들어갈 수는 있다.

(물론 사막투어를 하는 베이스캠프는 낙타를 타고 2시간 가까이 가야만 한다.)

<알리네 집, 수영장도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머물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부분 나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장기간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돈이 떨어질 때까지 여행을 하고 있다던 20살,

4개월째 여행을 하고 있는 21살, 8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23살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부부까지..


나보다도 한참이나 어린 20살, 21살 친구들이 배낭 하나를 짊어메고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 것이 참 놀랍기도 했고

배낭을 메고는 있지만 유럽의 좋은 도시만을 돌아다니던 내가 조금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참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그 어린 나이에 이렇게 험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가 여행을 떠나온 이유와 목적은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다들 ' 지금이 아니라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어느샌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마주하는 독특한 건물도

오래 세월을 견디며 역사와 기록을 간직한 성당도

나무와 그늘로 가득한 공원도

푸른 바다를 끼고 절벽에 자리 잡은 새하얀 집들도

그 모두가 어느 순간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어 버렸다.


언제나 도시를 떠나기 전 항상

'다음에 꼭 다시 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해 봤지

내가 이 곳을 '다시는 오지 못하겠지'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어쩌면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이라 아니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30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찾게 된 유럽에서

발길이 닿는 모든 순간이 나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이었다.

언제나 처음이라는 설렘과 기대감만 생각했지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은 갖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순간에 충실하지 못했던

시간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고

지금 이 순간,

늦은 밤 한잔 하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조금은 특별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아마

이 순간이 생애 마지막 순간이 되지 않을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막으로 출발하는 날, 1박 2일 동안 나와 함께 할 낙타를 배정받고

우리는 베이스캠프를 향해 이동했다.

낙타를 타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다. 그리고 가는 길에는

아마도 주변 사막을 보고 감탄하며

가기 바빠서 두 시간은 금방 지날 것이다


< 우리를 사막까지 데려다줄 낙타들..>
< 이 곳은 사하라 사막입니다>


그리고 이동 중에 다양한 사진을 찍으면서

가는 것도 지루한 시간을 조금은 달래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거 라든지..




이런 거 라든지...





이런 거 말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나름대로 투어의 프로그램이 짜여져있다.

사막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잠시 쉬고 있으면

가이드가 만들어준 점심을 먹고 그냥 쉬면 된다.


듣기로는 이 곳에 베이스캠프를 만든 이유가

이 곳 지하에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하 오아시스라고 해야 할까..


알리네집 집주인인 알리가 이 곳에서 물을 발견하고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사막투어를 시작했다고

가이드는 이야기해 주었는데 정확한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에서 수도꼭지를 만들어 놓고

물을 사용할 수 있으니 지하에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 물을 이용해서 요리도 만들고 간략하게나마

세면도 할 수 있으니, 사막에서 참 신기한 일이다.


휴식 시간 동안 원하는 사람들은 준비되어 있는

스노우보드를 가지고 가서 언덕에서 샌드보드를 탈 수도 있다.

나는 처음에 샌드보드라고 했을 대 널따란 판자 보드를 생각했는데

스노우 보드를 가져다 놓았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샌드보드를 탈 때는 보드의 상태를 잘 보고 선택해야 한다.

보드의 상태가 안 좋으면 힘들게 들고 언덕까지 올라가서 타고 내려오는 게 아니라 질질 끌고 내려와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샌드보드를 타거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해가 질 무렵이 되면 가이드가 이 곳에서 제일 경치가 좋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밤하늘의 별만 기대하고 왔었는데

해 질 녘 사막 언덕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사하라의 모습은

 

내가 기대한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파노라마로 담아본 사막의 모습>
< 실루엣, 역광>


해가 지는 타이밍에 맞춰 가이드는 능숙하게 우리들을 리드하며 이런저런 컨셉사진을 찍어준다.

아마 수많은 관광객들을 상대하며 각종 노하우들이 쌓였으리라

마치 기계와도 같이 우리에게 포즈를 요구하며

다양한 사진을 찍어주었다.


< 해질녁 낙타위>
<장풍이라는 컨셉.. 제일 오른쪽이 본인입니다>



그렇게 한바탕 실컷 사진을 찍고 나오면 저녁을 먹고

슬슬 사막의 하늘에 밤이 찾아온다.

밤이 찾아오면 가이드들은 (이들은 베르베르족이라고 한다.)

캠프파이어를 하며 그들만의 전통 악기를 사용한

간단한 공연을 보여준다. 사실 대단한 건 없지만

아마 대대로 내려져 오는 그들만의 민요 같은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베르베르족의 전통 악기인 듯한..>
<캠프파이어!!>


캠프파이어를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밤이 찾아올 무렵부터 하늘의 한쪽 구석에서 꾸물꾸물 올라오던

구름이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일까 하늘이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인 순간에도

내가 기대한 만큼의 별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기다리는 것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구름은 걷히기 마련이고

구름이 걷힌 곳에는 언제나처럼

별들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 때문이다.


나는 모래 위에 얇은 담요를 깔고 누워

그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렇게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오래 걸리지 않아

드디어 밤하늘에 수많이 별이 수놓아졌다.


< DSLR 로 촬영한 사하라의 밤하늘>


이 순간에 감성적이 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함께 온 사람들 모두 모래를 이불 삼아 자리에 누워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 보다 별똥별이 떨어지면

마치 초등학생들처럼 소리를 지르면 좋아한다.


또 누군가 가져온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사막의 조용한 밤, 이 곳에서는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곳에 있던 모두는 안다, 그 순간에 그곳에서

그러한 오글거림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을..





아마도 나는 내일 많이 아플 것 같다.

오후에 샌드보드를 탄다고 체력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뛰어논 것 같기도 하고, 사막의 밤공기는

반바지로 버텨내기에는 조금 버거운 것 같기도 하다.

내일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낙타를 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할 수 있어서

두 번 다시 이 곳에 못 올지라도

지금이라서

진심으로 행복하다.


Thanks Mor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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