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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지금도 그러하듯 그 당시에 취업의 당락이 결정되는 겨울 시즌만 되면 종종 SNS에는 누군가의 취업 성공 소식을 알리는 글들이 올라오곤 했다. 그 수많은 글 중에 유독 아직도 기억이 강하게 남는 글이 하나 있다.
“감사합니다! 똥이라도 먹겠습니다.”
보통 유사하고 진부한 표현으로 ‘회사에 뼈를 묻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가끔 있지만 ‘똥이라도 먹겠습니다!’라니, 감히 나로서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마음가짐이다. 물론 글쓴이는 취업 성공에 대한 기쁨과 뽑아준 회사에 대한 감사함을 조금은 과장되게 유머를 담아 표현한 것이리라.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똥을 먹을 각오는커녕,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공대생으로 취업 깡패라는 기계공학과를 전공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요, 다른 하나는 신입생 시절 나와 하루를 멀다 하고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던 선배들이 버젓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모습을 지켜본 게 두 번째 이유다.
물론 그 선배들도 군대를 다녀와서 정신 차리고 학점을 갈아엎을 정도의 노력을 통해 일궈낸 성과이다. 그래도 '저 선배들도 대기업을 가는데 나라고 못 갈 이유가 없다'고 그때 당시는 참으로 당돌하고 용감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대생의 취업은 누구나 그러하듯이 공채시즌이 되면 일관된 모습으로 진행이 된다. 잘 짜여진 하나의 소설같은 자소서를 작성하고(우리는 이를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이라 부른다.) 분야, 직무를 막론하고 여기저기에 본인의 자소서를 투척한다. 가끔은 미처 회사 이름을 바꾸지 못하고 지원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더 신기한 건 그런 실수투성이의 자소서가 1차 서류심사에서 통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직업을 선택하는 나의 태도가 지나 칠정도로 무심하고 어리석었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결혼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행위이다. 결혼상대를 고를 때는 이것저것 따지고 고민하고 연애를 통해 미리 서로에 대해 알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직업을 선택할 때는 이런 심도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내가 했던 행동은 오로지 좋은 조건을 가진 여성들에게 나의 프로필을 뿌려 대며 간택받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해서 결혼을 한다 한들 과연 그 결혼 생활이 행복하겠는가? 결국은 ‘사랑’ 없는 결혼은 파국일 뿐이다.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내가 이 회사를 왜 가고 싶어 하는지. 연봉, 복지, 간판 이런 것도 다 좋지만 나는 업(業)에 대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놓치고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인생을 한번 걸어보고 싶은 일. 그런 마음이 없다면 그 사람의 직장생활은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는가? 굳이 보지 않아도 답은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