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2

by bin진오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정식으로 출근을 하는 첫날. 그동안 합격 통보를 받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별의별 교육을 모두 받았다. 말이 교육이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세뇌교육과 다를 바 없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충직하고 열정이 넘치는 신입사원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그 날은 모든 교육과정이 끝나고 정식으로 출근을 하는 첫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온 가족이 부산을 떨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대단했던 것인지 혹여 첫날부터 지각을 할까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면접 때 입었던 정장을 꺼내 입고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었다. 이성을 만날 때도 거의 바르지 않는 왁스로 머리를 세팅하고 최대한 깔끔한 인상을 보일 수 있게 몇 번이고 머리를 손질하고 스프레이로 흐트러지지 않게 고정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스스로가 우습다. 새벽 4시부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든 준비를 다 끝냈는데도 새벽 5시였고 아직 첫 차를 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나는 혹여 손질한 머리가 흐트러질까 정장이 구겨질까 소파에서 첫차가 뜰 시간까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부모님께서도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나에게 아침밥을 정성스레 차려주었다. 그리고는 나보다 더 초조해하며 안절부절못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회사에 도착해 나와 같은 처지의 신입사원들이 모여있는 강의장 풍경이 어딘가 익숙하다. 이건 마치 훈련소 교육을 모두 마치고 어느 자대로 배치될 것인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훈련병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어느 지역으로 배정될지 모르는 초조함과 긴장감 속에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운다. 그리고 한 명씩 입영열차를 타러 떠나고 그렇게 5주 동안 정들었던 훈련병들은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꼭 다시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작별을 한다.


6년 이지나 이 곳에서도 그때와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각자가 최종적으로 부서 배치를 받고 인솔자를 따라 한,두 명씩 강의장에서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은 그때처럼 절절하게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지 않는다는 것뿐. 그리고 초조하게 기다리던 내 이름이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나는 조금은 경직된 걸음걸이로 인솔자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도 도통 내가 일하게 될 부서에는 도착하지 않았다. 구름다리를 건너 또 다른 건물로 넘어가고 나서야 나는 내가 앞으로 일하게 될 부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의 모습을 굳이 표현하자면 살짝만 건드려도 쓰러질 것 같은, 부실해 보이는 파티션으로 부서가 나누어져 있고 책상에는 온갖 잡동사니로 잔뜩 쌓여 있어서 사무실인지 작업장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나중에야 나는 책상 위가 왜 이렇게 어지러울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내가 상상하던 ‘사무실’의 모습과는 매우 생경했다.


그 곳은 'F동' 이라 불리는 건물이었고

그렇게 나의 조금은 불안한 첫 출근이 시작되었다.






슬라이드1.JPG 첫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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