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4분

#3

by bin진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이고 회사는 경기도 오산이었다. 입사 초기에는 늦으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에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회사를 가기 위해서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집 근처에는 회사 셔틀버스가 운행을 하지 않아 지하철을 타고 강남으로 이동해서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도 거리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많았다. 지하철에는 출근을 하는 직장인, 손에 영어 단어집을 들고 있는 학생, 등산복을 입고 있는 어르신 등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이상할 것이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간이 새벽 6시라는 것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면 조금은 특별한 감정이 생겼다. 그리고는 여지없이 미생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아무리 빨리 이 새벽을 맞아도 어김없이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들이 아직 꿈속을 헤맬 거라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 웹툰 미생 中


점점 출근에 익숙해지며 나는 1분이라도 더 잘 수 있는 방법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새벽 같이 일어나 용모를 단정하게 준비하고 첫차를 기다리던 '신입사원의 나'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매일 ‘5분만더’를 외치며 일어나는 지금의 나에게는 1분이라도 더 잘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미 아침식사는 포기한 지 오래전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잘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는 다양한 루트와 효율적인 동선을 계산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출근 안을 도출해 냈다.



"염창역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 6시 4분"



셔틀버스가 떠나기 전 강남에 도착하는 가장 마지막 열차. 그 열차의 출발시간은 새벽 6시 4분이었다. 지하철은 거의 1분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시간에 역에 도착하였다. 이 열차를 놓치면 내가 회사에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6시 4분은 말 그대로 내 출근길의 Dead line이었던 셈이다.


아침에 평소보다 5분이라도 늦게 일어나는 날이면 머리도 감지 않고 부랴부랴 세수만 하고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지하철역까지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부랴부랴 뛰어갔다. 영화의 추격전을 방불케 하며 카드를 찍고 지하철역에 도착한 시간 6시 5분. 나는 이렇게 1분 차이로 코 앞에서 지하철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스크린도어가 닫히고 지하철이 떠나가는 것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1분의 차이로 지각이 결정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슬라이드1.JPG 새벽 6시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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