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8

by bin진오

여느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이 하루를 견디고 버티며 그렇게 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잠식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적절할 것도 같다. 그렇게 어느새 나도 어엿한 3년 차 직장인이 되어있었다. 이와 함께 강력한 직장인 증후군이 함께 찾아왔다. 직장인 증후군은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경력과 시간을 순식간에 무의미하게 만들며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짜로 원하는 일은 무엇인가?’ 같은 인생의 철학적인 의문과 함께 찾아왔다.


이 시기에 내가 포털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해보는 키워드가 바로 ‘퇴사’였다. 직장인 모두가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나도 점점 퇴사를 생각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나는 퇴사하기로 결심했다’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해당 글은 시리즈로 연재가 되고 있었는데 한 직장인이 퇴사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고 퇴사하기까지 본인의 생각과 감정들을 그리고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인터넷 상에 올리고 있었다.


글을 읽어보며 마치 내 이야기와 같이 구구절절 공감되는 이야기도 있었고 때로는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작성자는 오랜 기간 동안 글을 써오고 있지만 ‘퇴사했다.’라는 이야기의 마무리는 짓지 못하고 있었다. 글들은 뒤로 갈수록 삶에 대한 고민과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회사에 대한 불평과 불만에 관한 이야기만 많아졌다. 그래서 그 이후로 그 글을 찾아보지 않았다. 대신 나도 한번 퇴사 관련하여 나의 생각을 적어 보기로 결정했다.


블로그에 ‘나도 퇴사하기로 결심했다.’라는 유사한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원래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공대생으로 부끄러운 문장력이지만 조금씩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항상 머릿속으로만 하던 고민과 생각들을 기록으로 옮김으로써 보다 심도 깊은 고민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머리로만 하는 고민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시시각각 주변 상황에 따라 심하게 요동치는 것이 바로 머릿속 생각이다. 하지만 글로 남기면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 그리고 남겨진 기록은 나와의 약속이자 굳은 다짐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종종 나의 글에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뻤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글을 쓰는 게 처음으로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마 누군가가 읽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 창피하고 부끄러워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남들의 시선을 꽤나 의식하는 편이었고 ‘퇴사’라는 것 자체가 누군가와 교류하기에는 꽤나 비밀스러운 주제였기에..


하지만 글을 쓰고 나서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퇴사를 결심하였다. 아마도 이런 용기를 내는데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은 힘들고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에 가득 찰 때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딘가로 쏟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배출구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내 글을 읽어 주는 사람들이 있어 비로소 나에게 용기라는 것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8 나도퇴사하기로결심했다.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