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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Mar 26. 2017

충고의 벽

#10

 조금 더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면 위에 이야기했듯이 퇴사를 고민하던 시절 누군가에게 퇴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극단적인 반응을 들을 때면 아무리 내가 강하게 확신을 갖고 있어도 한 번쯤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상욱 작가는 이를 ‘충고의 벽’이라고 표현했다. 


“ 수많은 꿈이 꺾인다

현실의 벽이 아니라,

주변의 충고 때문에”   - 하상욱, '충고의 벽'


사실 우리가 하는 고민의 대부분은 극단적으로 한쪽에 의견이 기울어져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어져 있다면 애초에 고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고민하고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때로는 49:51 로때로는 51:49로 아주 약간의 차이로 우리의 결심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조금 더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

 

 하지만 때로는 그런 주변의 조언과 충고가 우리에게 벽으로 다가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현실은 지옥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지만 나는 사실 제대로 현실을 마주한 적도 한 번도 없이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을 마주하기 그전에 이미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해 주는 '진심 어리지만 남의 인생이라 조금은 쉽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충고의 벽에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결정과 선택을 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사실 본인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내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나와 같은 경우는 언제나 안정적인 방향으로 비록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니지만 남들이 인정해주는 쪽으로 주로 방향을 잡고 선택을 해왔다. 마음속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만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 동조하며 비겁한 선택을 내리고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나는 현실의 벽을 마주할 용기조차 없는 놈이었던 것이다. 


 한때 살면서 처음으로 무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은 바로 ‘공연기획자’였다. 군대의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절, 여느 때와 다름없이 TV에서 음악프로를 틀어 놓고 걸그룹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TV에서 헤드폰을 끼고 무대를 진두지휘 하는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군인의 신분으로 시청자의 입장에서 항상 열광적으로 바라만 보던 무대를 누군가는 직접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그 이후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공연기획자’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이었다. 어떠한 직업을 생각하며 가슴이 떨렸던 것이, 그리고 공연기획자라는 업을 알게 된 순간 이미 내 머릿속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Beyonce)의 내한공연 무대를 진두지휘하는 나의 모습과 공연이 끝난 후 백스테이지(Back stage)에서 비욘세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말도 안 되는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이후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론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공연기획을 포기하였다. 초반에 대학교를 그만 둘 정도로 단호했던 결심은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미래의 두려움에 무너졌고 부모님이 원하는 그리고 남들이 권하는 사회적 안정이 보장받는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다. 충고의 벽을 무너뜨리고 기어이 혼자의 힘으로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싶었다. 비록 그 벽이 높고 험해 보여도 차라리 계속 부딪히고 넘어지고 실패해 보고 싶었다. 그러다 지쳐 쓰러진다 할지라도 더 이상 비겁하게 스스로를 속이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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