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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Mar 27. 2017

후배의 결혼식

#11

 우리 팀에는 나와 나이는 같지만 1년 늦게 입사한 후배가 한 명 있었다. 나도 신입사원으로 어설프던 시절 겨울, 인턴으로 우리 팀에 들어와 좋은 평가를 받고 정직원으로 합격해서 이듬해 정식으로 발령을 받았다. 나이도 같고 입사 날짜도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 우리는 동기처럼 편하게 지냈다. 

 

 그에게는 사귄 지 2000일이 넘는 오래된 여자 친구가 있었고 가끔씩 술 한잔 할 때면 동갑의 남자들이 모여하는 이야기 중에 빠질 수 없는 게 결혼 이야기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친구는 우리에게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그 이후 결혼 준비와 함께 결혼식 직전까지 야근과 특근을 밥 먹듯 하며 많이 지쳐 있는 모습을 봤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결혼식장에서 보게 된 후배의 얼굴에는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결혼에 대해서 조금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요즘은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많이 들린다. 이제 내 나이가 슬슬 사회에서 소위 이야기하는 결혼 적령기에 가까워져 있다 보니 단순히 결혼에 대해 가볍게 웃으며 넘길 이야기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새삼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버려야 하는 나이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에게 결혼이란 아직까지는 너무 두렵고 엄중한 행위다. 그래서 감히 내가 결혼하는 모습을 상상할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결혼은 그런 달콤하고 단순한 것이 아닌 나를 둘러싼 오만가지 이해관계들이 얽히고설키는 복잡하고 고단한 하나의 사회적 제도일 뿐이라는 게 안타깝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조금은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아직 내 삶의 방향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 나는, 결혼을 함으로써 책임져야 하는 삶의 무게를 견뎌낼 준비가 안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후배의 결혼식을 다녀와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두려워 감히 감당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그 삶의 무게를 나와 같은 나이에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짊어 지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혼식 직전까지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며 피곤에 찌들어 지쳐 있는 모습을 항상 봐왔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현재의 고단함을 감당하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라는 무게를 감당해 낼 각오를 기어이 한 것이다. 


왠지 모르게 그날따라 후배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존경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 자신이 조금은 비겁하고 치사한 놈이라고 생각되었던 이유는 퇴사를 고민하는 내 자신이 한편으로 너무나 이기적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면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여자친구에게도 부모님께도, 더 나은 ‘우리의 삶’이 아닌 단지 ‘나의 삶’을 위해 그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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