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생각이 너무 많았다. 나름 현실적이고 신중한 성격이라 자위하며 살아온 나는 그렇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갔다.
때로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고 진지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감성적인 말을 내뱉을 줄 알고, 느낄 줄 안다며 조금은 우쭐댄 적도 많았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저도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내 모습에, 묵묵하게 나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애써 태연한 척 했었다.
세상에는 힘든 일을 마주하여 금방 털고 일어나는 사람과 점층적으로 본인의 감정을 쌓아가는 사람이 있다. 전자인 줄 알았던 내 모습은 사실 완벽한 후자였고, 타인에게 비친 나는 내가 생각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애써 외면해오던 모습과 마주했던 잔인한 순간, 차가운 공기만큼 유지해오던 독한 마음이 아득해졌다. "강하다고, 난 모든 일에 강한 모습이었다고"라는 외침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