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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Nov 19. 2019

정체성

무슨 일이든 생각이 너무 많았다. 나름 현실적이고 신중한 성격이라 자위하며 살아온 나는 그렇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갔다.


때로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고 진지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감성적인 말을 내뱉을 줄 알고, 느낄 줄 안다며 조금은 우쭐댄 적도 많았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저도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내 모습에, 묵묵하게 나아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애써 태연한 척 했었다.


세상에는 힘든 일을 마주하여 금방 털고 일어나는 사람과 점층적으로 본인의 감정을 쌓아가는 사람이 있다. 전자인 줄 알았던 내 모습은 사실 완벽한 후자였고, 타인에게 비친 나는 내가 생각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애써 외면해오던 모습과 마주했던 잔인한 순간, 차가운 공기만큼 유지해오던 독한 마음이 아득해졌다. "강하다고, 난 모든 일에 강한 모습이었다고"라는 외침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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