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 시간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며,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볼륨을 크게 올렸다. 크게 한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여름밤의 향기를 한껏 만끽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지금을 몰랐던 그때, 내일은 오늘의 복제품이었다. 꿈과 장래희망은 꽤나 먼 이야기였고, 밤이 되면 한없이 허무해지던 시기. 사실은 가장 즐길 수 있는 날들이었지만, 쓸 데 없이 때 묻은 어른 행세를 하고 싶던 날들.
나는 알지 못했다. 그때를 그리워하리라고는, 그때의 걱정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나는 반짝이는 존재였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친구들과 뒹굴거리며 웃을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어떤 모습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 지금, 그때의 힘은 잃어버린 걸까. 내가 기억하는 여름밤의 향기는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