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순간들은 삶에 짙은 자국을 남긴다. 이는 곧 잔상으로 이어져 쉽사리 잊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독 여행에서 이런 잔상이 많이 남았던 건, 우선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났다는 나름의 해방감을 가져서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설레는 감정만으로 내가 지나칠 순간들을 눈 빠지게 기다렸으니.
그날도 나만의 짙은 자국을 한 아름 안은 날이었다. 심야버스를 기다리던 어둑한 파리의 한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눈을 의심할 만한 큰 붐박스를 든 두 사람. 각자의 밤을 즐긴 사람들의 행렬과는 다르게, 고독해 보이던 정류장을 감싸던 건 붐박스에서 나오던 노래였다. 아름다워 보이던 그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용기 내 노래 제목을 물었다. 지나치고 말았을, 어렴풋이 기억날 듯 말 듯했던 순간은 그렇게 진한 자국이 되었다.
“Return of the Mack (C&J extended 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