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한 Apr 11. 2017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모델, 터키와 모로코

흔히 유럽에서 ‘고양이 천국’을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나라가 있다. 터키다.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의 고양이 사랑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스탄불에 거주한다는 어떤 분이 터키가 무슨 고양이 천국이냐며 여기도 고양이 학대가 일어나고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과거 나는 <여행고> 작업을 위해 20일 넘게 모로코를 여행한 뒤 이스탄불을 8박9일간 여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여행의 기록은 단편적으로 책에도 실려 있지만, 따로 이스탄불의 고양이만 가지고도 한권의 책으로 묶어도 좋을 만큼 많은 사진을 찍었더랬다. 당시 내 눈에 비친 이스탄불의 모습은 사람과 고양이의 아름다운 공존모델을 본 느낌이었다. 사원마다 골목마다 흔하게 만나는 것이 급식소였고, 공원과 관광지마다 고양이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렸다. 구시가의 야외카페에는 무릎고양이들이 천연덕스럽게 손님들의 접대냥이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스탄불에 거주한다는 그분의 말대로라면 내가 뭘 잘못 본 것일까. 터키에서 얼마 전 고양이 학대사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워낙에 고양이 학대사건이 드물다보니 터키에서는 이런 사건이 터지면 비중 있는 뉴스가 되어 곧바로 외신으로 타전된다. 

과거 또 다른 고양이의 천국으로 알려진 모로코에서도 고양이 학대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해외토픽으로 실린 적이 있다. 당시 나는 SNS에 모로코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어떤 동물 활동가가 모로코에 저런 학대사건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데, 무슨 고양이천국이냐고 고양이학대국 아니냐고 댓글을 달았더랬다. 나는 이 분에게 진심 모로코를 여행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단편적인 뉴스 하나로 사람과 고양이가 멋지게 공존하는 나라를 ‘학대국’으로 평가해버리는 활동가의 수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사실 고양이에게 친절한 나라인 일본에서도 대만에서도 미국에서도 드물게 고양이학대사건이 일어나고 한국에까지 그 소식이 전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심한 고양이학대사건이 숱하게 일어나지만, 뉴스에서조차 볼 수 없거나 단신으로 처리되기가 일쑤다. 역설적으로 고양이에게 친절한 나라일수록 고양이학대사건은 큰 이슈가 되는 법이다.

얼마전 SNS에서 엄청난 화제가 된 사진이 있었다. 터키의 길고양이 사진이었는데, 이스탄불에 폭설이 내리자 추위에 떠는 길고양이를 위해 상가 주인들이 기꺼이 가게 안팎에 난로와 히터를 켜주고 이불을 내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가게마다 고양이들이 언 발을 녹이고 편안히 쉬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겐 그저 현실 같지 않은 동화 속의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이스탄불의 명물 고양이 톰빌리(팔을 걸친 채 거리를 바라보는 녀석의 사진은 세계적인 화제가 된 바 있다)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톰빌리가 죽자 그를 사랑했던 1만 7천명이 넘는 이스탄불 시민들은 그를 추모하는 동상 건립을 청원했고 그것을 받아들인 시 당국도 녀석이 주로 머물던 곳에 ‘톰빌리 동상’을 세워준 것이다. 이후 이곳은 애묘인들이 즐겨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또 얼마 전 터키 이스탄불의 길고양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Kedi>가 북미 영화관에서 공개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은 적도 있다. 영상에는 고양이의 천국다운 터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전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이 터키에서 ‘고양이 천국’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고,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는 많은 사례들이 있다. 이스탄불에 거주한다는 그분이 무엇을 보고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 눈에는 고양이에 관련한 모든 것이 싫을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실을 왜곡하진 말자. 수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하고 영상과 사진으로 수없이 기록한 사실조차 그게 아니라고 말하진 말자. 내가 터키와 모로코의 사진과 게시물을 자주 올리는 이유는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 모델을 통해 우리나라도 조금이나마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짝짝이 양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