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전화

by 빛나다
나는 아빠와 친했다.

적어도 내가 대학을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빠와 함께 밥을 먹어도, 둘만 드라이브를 가도, 집에 둘만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했고 같이 웃었다.

다른 지역으로 대학교를 오며 가족과 떨어지게 되었다. 늘 그렇듯이 엄마와는 매일 연락을 했다.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을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왠지 모르지만 아빠께는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취를 시작한 첫날,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밥 잘 챙겨 먹고 건강하게 지내라고. 이 말이 전부였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다 한 학기를 마쳤고 오늘 아빠로부터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빠가 자주 연락을 못한 것 같아서 전화했다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10분간 전화를 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와 더 가까워져야겠다고. 우스갯소리로 "아빠가 먼저 연락해줘요."라고 말했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자주 연락 못해서 죄송해요.'였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어버이날 편지 첫 줄은 항상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고맙습니다.'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말이 낯간지러웠고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사랑해요', '죄송해요' 스스럼없이 했던 말들이 어려운 말이 돼버렸다. 종강을 한 지금은 집에 내려가기 때문에 매일 가족들을 볼 수 있지만 또다시 개강을 하면 떨어져 지낼 것이다. 그때는 엄마께 연락하듯 아빠께도 연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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