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자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nsom Lee Feb 27. 2016

사랑, 그 마음의 사치(4)

빈섬편지




첫사랑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나가버린 사랑이다. 지나가버렸기에 돌아보는 사랑이다. 

돌아보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희미해져 있기도 하고, 멀지만 여전히 또렷하기도 하고, 아직 너무 가까워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 너무 가깝기에 그 여진 속에서 내적 폭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기도 한, 그런 사랑이다. 

첫사랑이란 말의 앞에 붙은 '첫'에는 왜 기묘한 설렘이 숨는가. 

그건 그저 여러 차례 진행된 일의 처음을 가리키는 무뚝뚝한 말일 뿐이다. 사랑 중에서 처음에 온 사랑이라고 해서 다른 사랑에 비해 더 귀하다고 말할 근거는 사실 없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사람들은 첫사랑에 대해 많은 값을 쳐주고, 첫사랑에 대해 유독 애틋해한다. 

사랑이란 일종의 인식 행위이기도 하기에, 그 인식의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온 뒤 둘러본 첫 눈이 마주친 사랑이어서 유난히 깨끗하고 두렵고 진실되어 보여서 그럴까. 

처음이라서 서투르고 혼란스러워서 쉽게 상처받고 틀어지는 사랑이라서 그럴까. 첫 기억에 찍힌 그리운 대상의 이미지와 그것이 부양해온 감수성들이 이후에 계속되는 사랑의 속편들을 간섭하기 때문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구두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