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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som Lee Feb 27. 2016

사랑, 그 마음의 사치(7)

빈섬편지



약속보다 한참 늦은 시간에 상기된 표정으로 귀천에 들어온 당신은, 비록 십년이 지난 일이지만 어제처럼 선명하다. 

이날 나는, 사람도 새처럼 다른 사람에게 날아온다는 걸 깨닫게 됐다. 당신은 날개를 접고 내 옆에 앉았다.

귀천은 워낙 좁은 찻집이라 앞에 마주 앉는 것이 아니라 옆에 앉기가 더 쉽다. 당신은 내가 살짝 옆으로 옮기며 내준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늦어서 미안해요,라는 수다스런 사과도 없이, 그냥 잠깐 이쪽을 따뜻하게 응시한 뒤 찻잔을 들 뿐이었다. 

이날의 일은 참 이상하다. 그때 이후 주변에 앉은 사람의 기억들이 사라져버렸다. 많은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도 느껴지지 않고, 오직 당신과 나만이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처음인데도 불편하지 않은 침묵과 아직 채 제대로 인사하지 않은, 낯선 생의 이력들을 긍정하기라도 하는 듯한 알 수 없는 흐뭇함. 그런 것들이 떠돌고 있었다. 

아참, 배고프죠? 그렇게 말한 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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