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安養)을 재발견하다

보물찾기가 열리는 예술의 도시로

by 이창근


안양은 APAP(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적 변신을 꾀했다. 안양예술공원에서 예술 작품을 찾아 헤매는 과정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고, 회색빛 도시에 내려앉은 무지개를 보는 것과 같았다.


안양예술공원에 아픈 과거가 있다

안양예술공원은 과거 '안양유원지'로 불리던 곳이다. 수많은 행락객이 찾으면서 음식점과 위락시설 등이 무분별하게 조성되었고, 결국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홍수까지 일어나 유원지 일대가 엉망이 되었다. 안양시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대대적인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여 도로를 새로 만들고 하천을 정비하였다. 2005년부터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통하여, 기존의 유원지를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자연과 사람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명소로 바꾸어 놓았고, 시민 공모를 통해 '안양예술공원'이란 이름도 붙여주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3년마다 열리는 국내 유일한 공공예술 트리엔날레로, 세계적인 작가들이 안양을 방문하여 얻는 영감을 소재로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시 곳곳에 미술·조각·건축·영상·디자인·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지상의 낙원을 꿈꾸는 안양

안양(安養)이라는 지명을 완성하는 지상의 낙원

안양예술공원의 주도로를 걷다가 발견한 작품, <지상의 낙원>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안양 파빌리온 맞은편 녹지공간에 들어선 둥근 아치 형태를 지닌 조형물인데, 지나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기능도 제공한다. 조형물 아래에 앉아 쉬면서 삼성천의 물소리를 감상하거나, 맞은편 파빌리온 광장에서 펼쳐지는 각종 길거리 공연 등을 관람하기에도 좋다. 안양예술공원에는 아이와 함께 가볍게 산책을 나온 사람,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 무거운 등산 배낭을 메고 삼삼오오 산으로 향하는 사람도 보인다. 지상의 낙원에 앉아 그들의 얼굴을 보니, 하나같이 밝고 평안하다. 안양이라는 지명이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에서 볼 때, <지상의 낙원> 작품은 안양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어, 예술작품과 그 배경이 서로를 완성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다

무지개빌 추억을 떠올리다

안양예술공원 안쪽으로 좀 더 걸어가자, 옛날 만안각수영장이 무너지고 남은 잔해에 설치된<'너의 거실: 생의 한가운데 우리는 죽음 속에 있다네>라는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겉으로 보기엔 형형색색의 화려한 모자이크와 같은 조형물인데, 작품 제목에서는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든다. 작가의 유년 시절을 함께 했던 안양유원지가 폐허가 되어 없어지면서 작가의 추억도 같이 사라졌다. 하지만 예전의 안양유원지는 예술적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하여 새롭게 태어났다. 작가는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으며,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하는 것과 삶 속에서 항상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너의 거실'이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공간이란 걸 이해하고 나니, 제목이 주었던 섬뜩함은 사라지고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든다.


전망대에 올라 삼성산을 바라보다

전망대 외관과 안에서 올려다 본 풍경

안양예술공원에서 삼성산을 향해 살짝 숨이 가쁠 정도로 오르니, 삼성산의 등고선을 연장하여 산의 높이로 확장한 전망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나선형 길을 따라 전망대 정상에 오르자, 481m 높이의 삼성산과 국기봉이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 훤하고,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시도 한눈에 들어온다. 삼성산은 고려 말 지공, 나옹, 무학의 세 스님이 머물며 수도한 산이라고 하여, 세 고승을 성화시켜 삼성산이라 부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런데, 삼성산은 천주교와도 인연이 깊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성 로랑 엥베르 주교, 성 피에르 모방 신부, 그리고 성 쟈크 샤스탕 신부가 군문효수의 형을 받고 순교하였는데, 조선인 신자들이 포도청의 눈을 피해 이들의 시신을 빼돌려 안장한 곳이 바로 '삼성산 성지'다. 그러고 보니 삼성산은 종교적 색채와 산이 가지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는 심오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상자집에서 삶의 에너지를 느끼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안양예술공원 주도로를 향해 걷다 보면, 플라스틱 상자를 쌓아 올려 만든 조형 작품을 만난다. 작품 이름은 <안양상자집-사라진(탑)에 대한 헌정>이다. 작가는 불교의 중심지였던 이곳에 존재했을 불탑을, 다섯 가지 색상의 음료 상자를 활용하여 재해석하였다. 설명문에는 왜 다섯 가지 색상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는데, 아마도 하늘과 땅의 오행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본다. 상자집 내부에 들어서니 상자를 투과한 자연광의 향연이 펼쳐진다. 작가의 의도는 사라진 불탑을 위함이었지만, 상자집 안에서 바라본 찬란한 빛의 축제는 특정 종교를 떠나 삶의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상자집 앞에서 아빠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17개월짜리 여자아이를 만났다. 아이가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상자집 속에 쏟아지던 빛은 그 아이에게 깊은 인상과 커다란 에너지를 주었으리라 믿는다.

빛이 투과한 실내에는 화려한 자연광의 축제가 펼쳐진다


예술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영혼을 정화하는 오아시스와 같다. 안양예술공원은 그러한 예술의 힘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가을에 그런 곳을 발견한 즐거움이 크다.




[ 여행 팁 ]

1. 맛집: 안양예술공원 안 도로를 따라 다양한 메뉴의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그 중 가마솥순두부(031-473-5741)는 정갈한 밑반찬과 더불어 두부전골과 보리밥, 그리고 구수한 청국장으로 유명하다. 많은 식당 가운데 비교적 작은 간판을 달고 있어, 찾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안양예술공원 가는 법: 지하철 1호선 관악역 2번 출구로 나와 안양예술공원 이정표를 따라 1.5Km 남짓 걷는 것을 추천한다. 걸어가면서 조선시대 정조가 사도세자 능인 융릉을 참배하러 가기 위해 1795년에 축조한 <만안교>도 꼭 들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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