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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Feb 23. 2020

 행복한 걷기 여행 1_제주올레 7코스

봄날 꼬닥꼬닥 제주 올레 걷기

1월이 한 해의 시작이라면 3월은  봄의 시작이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흔들리는 마음 어디에 둘지 몰라 서성인다면 길을 나서보자.

어디로 떠날까.

제주 서귀포의 바다, 게으른 간세, 바람에 펄럭이는 주황 파랑 리본이 길동무해주는  올레 7코스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제주올레 7코스는  해안절벽의 품에 안긴 에메랄드빛 천연 풀장 황우지 선녀탕을 지나 바다 위 20m 높이로 홀로 우뚝 솟은 바위섬 외돌개. '잠녀(해녀) 마을'로 지정된 법환 포구를 거쳐 월평포구까지 이어진다. 제주 방언으로 바다를 뜻하는 '바당' 올레로 26개 코스 중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의 시작점,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올레길 걷기가 처음이라면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친절한 설명을 듣고 다양한 자료를 챙겨 나서는 것이 좋다. 이전에 발행된 지도를 갖고 있다면 사유지나 공사 기타 사유로 조금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제주올레 7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한 여행자센터는 올레꾼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게스트하우스 '올레 스테이'도 겸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숙소는 1,2인 실과 여성과 남성 도미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샤워실 화장실은 공용이다.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전날 저녁 미리 예약하면 다음날 조식을 맛볼 수 있다.

 

여행자센터에서 남색 '올레 패스포트'를 구매해 지정된 장소에서 스탬프를 찍으며 한 코스를 걷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출발할 때 한 번, 중간 지점인 올레요 7 쉼터에서 다시 한번 찍다 보면 어느새 도착점에 이르러 세 번째 스탬프를 찍으며 뿌듯하게 트레킹을 마무리할 수 있다. 제주올레는 아주 짧은 코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코스가 이렇게 세 번의 스탬프를 찍어야 비로소 한 코스가 완성된다.


올레길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단법인 제주 올레는 비영리 단체로, 정부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헌 옷과 자투리 천으로 한 땀 한 땀 꿰매어 만든 '간세 인형'을 하나 사서 가방에 매달아본다. 수건 양말 머플러 등 여행자센터에는 올레와 관련한 다양한 에코 제품들이 있어 기념품 구매하기도 제격이다.


센터 구경을 마치면 이제 길을 나설 시간이다. 올레 7코스는 센터에서 출발해 칠십리 시공원을 지나면 황우지 해안의 선녀탕, 외돌개 법환마을, 강정천을 지나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다가 월평 아왜낭목 쉼터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연못에 드리운 한라산과 천지연 폭포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안 올레와 이어지는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 안으로 들어선다. 곳곳에 시와 노래 가사가 새겨진 돌이 세워진 공원을 산책하듯 거닐며 쉬어가기 좋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매화동산 주변 연못으로 한라산이 드리워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한다. 또한 천지연 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볼거리 풍부한 천지연 시공원은 출발부터 발걸음이 느려지게 한다. 잔잔한 연못에 드리워졌던 한라산은 분수가 뿜어져 나오자 순식간에 잔물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한라산과 칠십리 시공원 연못


칠십리 시공원을 벗어나 인근 삼매봉 언덕에 오르자 이번에는 황우지 해안의 선녀탕이 내려다보인다. 삼매봉에서 내려오면 외돌개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발길은 과수원 안으로 들어서고 싶지만 사유지이므로 둘러 가라고 안내되어 있다. 신선바위가 품고 있는 옥빛 바닷물의 천연 풀장 선녀탕을 가까이서 보려면 85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옥빛 물빛이 아름다운 황우지 해안 선녀탕


계단을 내려가며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황우지 12 동굴이다.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이 미군의 본토 상륙에 대비해 만든 진지 굴이다. 아름다은 제주의 자연에 상처를 남기고 강제 노역으로 인한 제주 사람들의 고통이 서려 있는 곳이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신선바위에 둘러싸인 선녀탕을 마주한다. 그야말로 무지개 타고 선녀가 내려와 머물렀을 법한 풍경이다. 옥빛 바닷물이 드나드는 천연 풀장으로 입장료도 없는 스노클링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다시 계단을 올라와 외돌개로 향하는 길은 힐링로드라 할 만큼 바다를 낀 걷기 좋은 숲길로 이어진다. 1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바위섬이 기암절벽을 이루며 파도에 깎여 홀로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외돌개 전망대 앞에서 관광객들은 인증 사진 남기기 바쁘다.



법환마을을 지나 월평 해변 일몰을 마주하다  

외돌개를 지나면 '돔베낭길'에 닿게 된다. 17.6km에 달하는 올레 7코스를 완주하기 어렵다면 외돌개에서 돔베낭길로 이어지는 2.6km만 걸어봐도 좋다. 돔베낭 주차장에 차를 세우거나 택시를 대기시키고 그 구간만 가볍게 다녀오는 사람도 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과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해식동굴, 푸른 바다와 봄맞이 채비를 하는 나무들까지 아름다운 풍경이 쉼 없이 이어진다.

 


돔베낭 주차장에 자리 잡은 정자에 올라 허기도 채우고 바다멍 하며 잠시 쉬었다 다시 길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속골이다. 깊은 골짜기의 수량이 풍부한 계곡물이 바닷물로 흘러드는 마을이다. 속골에서 다시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바닷가 노점에서 바로 썰어 내는 신선한 회를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뚜벅이로 나섰으니 서두를 일도 운전할 일도 없다. 회 한 접시에 한라산 소주를 곁들이자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감이 밀려든다.

 

바다에 바짝 붙은 너른 돌밭길로 여정을 이어간다. 자칫 잘못하면 발목을 삐끗하기 쉬운 길이다. 한쪽으로 작은 돌들을 괴어 길을 만들었다. 올레꾼을 위해 수고해 준 누군가에게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걸었다.


다음은 마을 앞바다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범섬이 우뚝 솟아있는 법환마을이다.  '잠녀마을'로 지정된 해녀 문화로도 유명하다. 해녀 화는 제주 해녀가 지닌 기술 및 문화가 공동체를 통해 전승되는 그 가치와 보존성을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마을에는 식당이 여러 곳 있어 식사하려면 이곳에 잠시 머물러도 좋다.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강정천


대부분 건천을  이루는 제주의 일반 하천과 달리 강정천은 1 급수의 맑은 물이 사계절 흐른다. 곳은 맑은 물을 좋아하는 은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이 구간은 캔싱턴리조트에서 사유지를 지날 수 있게 배려해 준 덕분에  감사와 행복이 더해진다. 도 대신 강정천의  탁 트인 시원한 풍광과 맑은 물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며 걸을 수 있다.


강정천을 지나면 길은 강정마을 비닐하우스 사이로 이어진다. 전에는 강정포구를 지나 해안가로 이어지던 길이었는지 지도는 여전히 그 방향을 가리킨다. 하우스 규모를 보면 작은 마을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한동안 이리저리  비닐하우스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그 길이 조금은 답답하다고 느껴지던 찰나 붉게 물든 바다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짙은 구름이 깔린 수평선 너머로 어느덧 하루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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