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생활기
나는 땀을 싫어한다
특히 옷을 입은 채 땀을 흘리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나의 머릿속에는 온통 현실적인 고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땀 흘린 옷은 빨리 빨아야 하는데, 아직 빨랫감이 덜 모였잖아.'
'이거 한 번 더 입으려 했는데, 이제 못 입게 생겼네.'
'숙소에서 쉬었다 나오려 했는데 땀 때문에 일 다 보고 들어가서 바로 씻어야겠다.'
땀 때문에 러닝도 주저한다.
수영은 빨기 쉽고 잘 마르는 수영복 한 벌만 있으면 되고, 샤워와 운동이 한 세트이기 때문에 땀으로 인한 걱정은 없는 운동이다. 발레도 역시 발레복이 있기에 괜찮고.
하지만 러닝은 문제다. 특정 복장을 꼭 갖춰야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기에 오히려 골치 아프다.
'오늘 입었던 티셔츠에 바지만 갈아입고 뛸까?'
'어디 입었던 옷 없나?'
'새 거 입고 뛰기는 아까운데...'
이런 고민만 몇 분 하다 결국 집에서 땀을 흘리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스트레칭만 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파리에 머물다 니스로 넘어왔다
파리는 내가 도착했을 땐 폭염이 끝나있어 시원한 날씨에 땀을 별로 흘리지 않았지만, 니스는 달랐다.
햇볕의 강도가 아주 남달랐다. 습하지는 않아서 불쾌하진 않았지만 내 몸에서 가뭄이 일어나는 듯했고, 살이 익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뚝, 뚝.'
뒤에서 햇볕이 가차 없이 내려쬐니 얼굴에서, 등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여느 때처럼 걱정과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곧 만난 그늘에서 서늘함이 느껴지자, 머릿속의 80%를 차지하고 있던 현실적 고충이 사라지고 '여행자 모드'가 켜졌다.
'여기서 나만 땀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닐 텐데'
주위를 둘러봤다. 이 더운 날씨에도 노상 카페에서 인자한 미소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햇볕을 만끽하며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아무것도 문제 될 일이 없었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땀과 엮인 세탁, 샤워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온전히 내가 있는 이곳을 음미할 것인지,
아니면 늘 그래왔듯 강박에 수긍하며 익숙함을 택할 것인지.
나는 원래 살던 삶을, 기존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다. 환경만 바뀌고 내가 그대로이면 그저 헛된 시간만 보내는 것이 될 터였다. 그렇다고 원치도 않는데 특정한 모습을 바꾸는 것도 건강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변하고 싶다. 햇볕, 바람, 물과 하나가 되어 인간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저들이 너무나 부럽다. 그래서 나는, 기존에 품고 있던 아주 사소한 이 강박을 내려놓고 새로운 자극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