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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Dec 22. 2022

"이제 손을 놓아주셔도 됩니다."

드라마 <슈룹> 마지막 편과 함께


나에게 허락된 드라마 타임, 딱 40분.

바쁘게 돌아가는 러닝머신 위에서 두 팔을 열심히 휘두르는 파워워시간이기도 하다. 나의 운동 벗이 된 드라마 <슈룹>이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되었다.


판타지 사극 드라마이지만 기존에 모티브가 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여러 추측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어렸을 적 <역사스페셜>을 즐겨보던 나지만 역사에 대한 지식은 짧다. 그래서 더욱 스토리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둘러대본다.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한 치열한 왕실 교육에 뛰어든 중전, 아니 극성 엄마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조선시대 판 <스카이캐슬>인가? 하지만 극 후반부로 갈 수록 위기에 빠진 중전과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또 왕실의 안위를 위해 왕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한다. '뉘집 아들인지 참 잘컸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극 초반에만 해도 분명 장차 나라의 임금이 될 세자를 뺀 나머지 대군(중전 소생의 왕자)철없이 엄마 치마 폭에 숨어 있을 터였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그 답은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극 중 남들과는 다른 내면가진 인물, 계성대군. 왕실이 평화를 되찾자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겠다는 말과 함께 엄마의 손을 꼭 맞잡는다.



궁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꽁꽁 감춘 채 살았던 그가 엄마의 손을 잡고 궁 밖으로 나가던 날, 그는 한폭의 그림으로 내면의 자신을 마주한다. 한번도 자신의 속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여인의 모습으로, 그것도 궁 밖에서 이를 허락받았을 때 그 기분은 어땠을까?


조선은 그의 내면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엄마그의 진짜 모습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직 부딪혀보고 싶은 세상이 많습니다.
너무 걱정마십이오.
이제는 제가 절 책임져야죠.
이제는 제 손을 놓아주셔도 됩니다.

(드라마 <슈룹> 16화. 계성대군 대사)


세상이 나를 허락하지 않아도 나를 믿어준 단 한 사람이 있어 그는 세상 앞에 당당히 맞설 힘을 얻었다. 오히려 그의 어미를 달래는 여유까지 부린다. 자식을 차마 보내지 못해 눈물을 삼키는 어미 앞에 확신에 찬 눈 빛으로 손을 놓아달라 한다.






퇴근버스에서 눈물을 훔치던 날,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이들을 재우고 나니 어느새 밤 10시. 해외 출장 중이던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나 요리 못해도 사랑해?"

"알고 결혼했는데, 뭐. 크게 바라지 않아."

"일 못해먹겠다고 사표 던지고 와도 사랑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못해먹으면 안해야지."

"그렇다고 내가 애들을 잘 키우나... 내가 잘하는게 뭘까... 나 어쩌지?"

"애들 알아서 크는거야. 그런거 걱정하지마. 오늘따라 질문이 많네. 회사에서 무슨 일있었어?"

"아니, 그냥."


눈치를 챘는지 다음날 남편이 카톡을 보내왔다.

벌써 5년도 더 된 대화, 응원이 필요할 때 마다 보곤 한다.


나에게는 믿고 응원해주는 남편이 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다. '잘하는 나'가 아니어도 그들은 내곁을 떠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다. 오히려 넘어지고 뒹굴어도 일으켜주는 나의 '가족'이 있다. 그들은 나의 안전한 울타리이다.



그렇게 '' 다워지기로 했다.




(사진출처 : 유투브 > tvN #궁중일기 #슈룹 E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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