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새로운 생명이 탄생한 날. 그 주인공은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돌잔치부터 영문도 모르고 가장 상석에 앉아 축하를 받는다. 그렇게 세 살, 네 살, 초등학교까지 가게 되면 축하를 해줄 사람도 가족에서 선생님, 친구들로 제법 많아지게 된다. 초등학교 들어갈 즘이었을까. 겨울방학의 딱 한가운데 있는 내 생일이 야속했다. 생일이 방학의 시작 정도만 돼도 친구들을 미리 불러 생일파티라도 하는 건데. 휴대폰이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친구들 집으로 일일이 연락을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학기 중에 생일이 있는 친구로부터 초대라도 받으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매일 보는 얼굴들의 축하와 자주 먹는 미역국을 생일에도 먹는다며 툴툴거리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일상이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지를 몰랐던 그런 철없는 아이 말이다.
고등학교 들어가니 방학은 무의미했다. 방학이더라도 자율학습을 하러 학교에 가야 했다. 미리 편지와 함께 포장까지 준비한 친구, 깜짝 선물이라며 책상 서랍 속에 미리 선물을 숨겨둔 친구, 등굣길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 달콤한 과자간식을 사 오는 친구. 포장을 풀어 빈 상자는 버리고 와도 될 것을 다는 꾸역꾸역 선물상자는 다 챙겨 집으로 왔다. 그리고 책상 한편에 탑으로 쌓아뒀다. 일주일은 한창 공부하다가도 괜히 선물 상자 탑을 한 번 들여다보곤 했다. 늘 불안한 입시라는 과정 속에서 작은 행복 하나하나를 나눠주는 친구들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상상했다. 10년 뒤 생일 밤은 공부가 아니라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먹고 수다 떨며 보낼 수 있으리라. 깔깔 웃고 떠드는 모습은 부산스럽지만 내 마음은 편안하고 평화로우리라.
그때는 몰랐다.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그날의 기억들이 내가 바라고 바라던 것이 될 것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