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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Oct 13. 2024

가을이 왔음을 피부로 느낀다

1일 1팩 챌린지


게으르긴 하다, 인정.

하지만 아침 세수도 안 할 정도는 아니란 말이다.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세수하면 로션 정도 바르는 그런 양심은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오늘 아침, 피부가 당. 긴. 다.



태어나기를 건조한 피부를 타고났다.

손톱 주위와 손 끝은 항상 까슬까슬.

연말, 생일, 해외여행 등 개인적으로 선물을 물어보면 핸드크림이 1순위였다.

입술은 항상 갈라져있어서 약국에 있는 립밤은 종류별로 안 써본 게 없다.

발 뒤꿈치는 로션 발라 수면양말 신으면 직방이라는데... 그 좋은 게 꼭 잠들면 벗겨져 있더라.

그나마 여름은 좀 낫다.

하지만 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은 무언가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땅기는 느낌을 피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죽하면 직장 생활하며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 꼭 했던 것이 피부관리였을까.


어느덧 결혼과 출산.

그나마 관리하던 것들 모두 전면중단되었다.

자주 손을 씻어야 하니 핸드크림 바를 틈이 없었다.

샤워는 무슨, 세수도 겨우 하는 판에 얼굴에 무언가를 얹고 있기 어려웠다.

내 피부가 땅기고 말고를 느낄 틈 따위는 없었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느끼기 어려운 정도의 여유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오랜만에 느끼는 피부 당김이었다.

딱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그것.

그간 관리를 따로 한 것도 아닌데 건조한 피부가 낯설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스킨, 에센스, 아이크림, 로션, 크림을 종류별로 발라도 좀처럼 촉촉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연년생 두 남매를 돌보다 보면 아이들 목욕시키며 고양이 세수 겨우 하고  베이비 로션을 치덕치덕 발랐다. 어쩌면  비싼 화장품 5종을 종류별로 바르는 것보다 무해한 아아들용 로션 하나 듬뿍 바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추우면 보일러, 더우면 에어컨. 피부가 수분을 만날 일이 없으니 건조할 수밖에 없는 결혼 전 환경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재우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온습도 조절해 주고 쾌적한 환경에서 함께 잠들기 일쑤였다. 

나가서 마른 목은 돌아와서 축이자며 가볍게 나서다 보니 때때마다 물을 챙겨마시기는 어려웠던 나였다. 하지만 아이들과 나서서 땐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 챙겨간 물을 나도 함께 마시곤 했다. 


어느덧 초등 중학년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각자 본인의 것을 챙기기 시작하다 보니 결혼 전 대책 없이 건조한 내 피부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 이제는 내가 내 것을 챙겨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제는 불그스름한 나뭇잎이 보일 때면

무조건 1일 1팩이다.



제목사진 출처 :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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