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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11. 2023

그대, 빼빼로는 받으셨는지?

빼빼로를 받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 당신을 위한 글


'부러우면 지는 거야. 이건 분명 대기업 마케팅에 휘말리는 거야. 애들 먹는 과자 그까짓 거 안 먹으면 그만이지. 유치하게!!!'


라고 속으로 외치지만 동생 남자친구가 동생 거 사면서 내 것도 샀다며 건네는 빼빼로를 먹는데 왠지 달지 않고 씁쓸하다. 사실 받자마자  빼빼로를 받자마자 남편에게 사진부터 찍어 보냈다. 그런데 오는 답이란...


눈치 챙기세요, 남편님.


집 앞 편의점만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그것 하나를 사 오지 않는 남편을 흘겨보게 되는 오늘.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입니다.




갓 건물을 올린 고등학교를 다녔다. 1학년 교실을 빼곤 내년에 올라올 학생들 기다리는 빈 교실이 넘쳤다. 고등학생이 된 후 첫 빼빼로 데이를 맞이한 나는 친구의 수줍은 고백을 돕기 위해 빼빼로 뭉치를 들고 몰래 빈 교실로 향했다.


"나는 빼빼로 집을 만들 테니까 넌 하트모양 좀 만들어줘."


그때부터 내 손, 친구 손도 바쁘지만 제일 바쁜 건 역시 글루건이다. 하나 있는 글루건을 번갈아 쓰면서 녹았던 풀이 하얗게 굳을 세라 얼른 모양을 잡아 붙였다.


"아! 어떡해! 잘못 붙였는데 굳어버렸어..."

"괜찮아! 떼었다 다시 잘 붙이면 종이 뜯긴 것 따위는  보인다고. 아님 거기에 포스트잇 쪽지를 적는 건 어때?"


세상 이렇게 다정하고 아이디어가 넘칠 수 없다.


그렇게 큼직한 빼빼로 집과 하트를 들고 수줍은 미소와 함께 사라지는 친구의 모습을 난 빼빼로를 먹으며 지켜봤다. 고백이 성공했는지는... 글쎄. 가물가물한 기억은 나중으로 미루자.




그러고 보니 난 빼빼로 보다는 그 시절 그리웠나 보다. 여고생들의 우정과 달콤한 빼빼로 향 그리고 풋풋한 설렘이 있던 그때를 말이다. 렇게 빠르게 포기했다. 10년 가까이 함께 한 남편에게서 그 풋풋한 설렘을 찾는 일 말이다.



아직 빼빼로를 받지 못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서운하다면,

빼빼로를 받았던 그 시절 그 기억을 잠시 떠올려 보자.

그리고 " 손으로 사 먹고 말지!" 외치고

쿨하게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적어도 우리에겐 빼빼로에 얽힌

좋은 기억 하나는 갖고 있는 셈이니까.



(끝으로 이렇게 빼빼로를 하나도 못 받을 줄 알고 아침부터 빼빼로 주신 ㅁㄴ님께 깊은 감사와 사랑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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