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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Oct 23. 2024

엄마, 대회 나갈래요!

아이의 꿈을 응원하는 자세


그 옛날 햄릿은 말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1세기를 사는 나는 말한다.

"딸의 수영대회에 가느냐, 마느냐. 그것 또한 문제로다."




수영학원 재원생을 대상으로

매년 수영대회를 개최한다.

각 영법별로 예선을 거쳐

성별 나이별 8명의 후보를 뽑는다.

매달을 향한 아이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그 틈에 우리 딸도 껴 있는 셈이다.


아이의 첫 수영대회 참가는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워낙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1년 남짓을 꾸준히 다닐 수 있었지만

대회까지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도치맘인건지

이 아이가 수영에 소질이 있구나 "착각"했다.

그 착각은 무참히 깨져버렸을 때가 꼭 1년 전이다.


올해는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니 하고 있는데

웬걸, 아이는 이번에 두 종목 예선에 통과하여

대회에 참가하길 바랐고

하필 반년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약속이

대회일과 딱 겹치게 되었다.

아이 수영대회에 가자니 친구들을 다시 만나려면

꽃 피는 봄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신랑에게 맡기고 친구들을 보러 가자니

아이가 눈에 밟혔다.



결국 친구들과의 약속을 접고

아이의 수영대회 응원을 왔다.


작년 수영대회에 참가한 아이를 보면서 느꼈다.

'소질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구나.'

다소 마른 체질인 아이는 다부진 몸집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힘 있게 나가지 못하고

맥없이 뒤로 뒤로 처졌다.

물론 예선전에서 뽑혀 올라온 것만으로 대단하지만

사람이 기대라는 것을 하게 되니

실망도 자연히 따라오게 되더라.


하지만 지금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잘하지 않아도 내 아이에게 좋아하는 것이

생겼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무기를 하나 가진 것이 아닐까.

어른이 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아직 찾아가는 중이거늘

아이는 일찍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벌써 하나 찾았다.

 

초등 인생에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이의 수영대회를 함께 하며 나는 진심으로 응원하기로 했다.

긴장하며 누나를 뚫어져라 보는 막내와 함께.

그저 아이를 귀엽게 바라보며 팔짱 낀 남편과 함께.

나는 두 손을 모아 들리지 않는 유리창 너머 아이에게 소리쳤다.

"우리 딸 파이팅!"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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