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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빈 Oct 10. 2023

이스라엘이 통치하는 C 지역

이 글은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인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 :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의 제1장에서 발췌하였습니다.


1.6. 이스라엘이 통치하는 C 지역


걸음이 느려져 예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마침내 제닌주(governorate)를 통과했다. 팔레스타인의 행정구역은 16개의 주로 나뉘어 있고, 각 주는 주요 도시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 지금까지 거쳐 온 마을들은 모두 제닌주에 속한 마을들이었고, 이 앞으로는 투바스(Tubas)주가 나온다. 발목이 여전히 아픈 게 조금 걱정되었지만, 오늘 여정의 절반을 달성했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힘이 넘쳤다. 오늘이 가장 힘든 일정인데도 이렇게 잘 해내고 있으니, 남은 날들도 문제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윽고 도착한 투바스는 도시라기보단 번화한 마을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주도인데도 불구하고 카바티야보다도 작고 발전이 안 된 곳이다. 투바스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유난히 민둥산이 많이 보이는데 투바스주의 대부분이 이스라엘이 직접 통제하고 관할하는 ‘C 지역’이라서 개발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안지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부의 관할권에 따라 3개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먼저, 서안지구 면적의 18%를 차지하며 주요 도시들이 포함된 “A 지역”은 팔레스타인 정부가 “국내 안보”와 “공공질서”를 담당하는 곳이다. 22%를 차지하는 “B 지역”은 중소도시와 마을을 포함하며 팔레스타인 정부가 공공질서를 책임지고 이스라엘 정부가 안보를 담당하는 공동통치 구역이다. 마지막으로, 서안지구의 나머지 60%는 “C 지역”으로 구획되어 있고 이스라엘이 직접 통치한다.(*)

*C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정부는 교육 등의 기능적 관할권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도 3. C 지역

C 지역에는 약 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532개의 마을이나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이곳의 주민들이 자기 땅에 무언가를 지으려면 이스라엘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각종 규제로 인해 허가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2010-14년 동안 건축허가 승인율은 1.5%에 불과했다.(1)


그런데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토지를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 신혼부부가 살 새로운 집이나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필요하고, 가게나 사육장, 과수원 등을 건설해야 먹고살 수 있다. 자연히 주민들은 허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이를 ‘불법건축물’로 정의하고 강제로 철거한다. 1988년부터 2016년 사이에 허가 없이 지어진 주택이나 학교 등 3,344개의 건물과 시설들이 철거되었고, 그 외 12,534개가 철거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2)


C 지역의 마을들은 저마다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상수도 연결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현재, C 지역의 180개 마을과 공동체가 상수도에 연결되어 있지 않고, 122곳은 연결은 되어 있으나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주민들이 자비를 들이거나 유엔 등의 원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인근 도시와 상수도를 연결하면 이스라엘이 철거고, 빗물을 모으는 저수지를 만들어도 파괴해 버린다. 그러니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이스라엘 기업으로부터 물을 사야 한다.(3)


그러나 상수도로 공급받을 때 물 가격은 ㎥당 약 1,500원인데, 이스라엘 기업들은 이를 6,000원에서 15,000원 사이의 가격으로 판다.(4) 자연히 주민들은 물을 극도로 절약할 수밖에 없고 일상생활의 괴로움을 토로한다. [2015년에 한국의 평균수도요금은 ㎥당 683원이었다. 한국환경부, "2015년 상수도통계"]


C 지역의 개발 제한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 주민들만이 아니다. 주거 밀집 지역인 A, B 지역과는 달리 C 지역에는 자원이 풍부한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으니 국가 전체의 경제활동이 크게 제약된다. C 지역 전체에서 개발이 공식적으로 허용된 지역은 1%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주거지역이다.(5)


세계은행은 팔레스타인이 C 지역의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각종 규제가 풀린다면 적어도 연간 34억 달러(2011년도 GDP의 35%에 해당)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으며, 정부 세입도 8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C 지역의 자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의 유대 기업들이며, 그들은 팔레스타인 정부에 세금조차 지불하지 않는다.(6)


사진 6. 투바스에서 바라본 C 지역의 전경. 개발이 금지되어 황량하게 남아 있다.




1) BIMKOM, The Prohibited Zone; UNOCHA, Under Threat, September 2015.

2) Ibid, “Vulnerability Profile Project: Water, sanitation and Hygiene oPt,”

3) Ibid; B'tselem, Acting the Landlord; UNOCHA, Humanitarian Bulletin 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 August 2016; Amnesty, Troubled Waters.

4) 접근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환율은 1 NIS = 300원으로 계산했다. UNOCHA, Humanitarian Bulletin 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 July 2016, 7.

5) UNOCHA, Area C.

6) 원칙적으로는 C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기업들은 팔레스타인 정부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Ibid, Economic Monitoring Report to the Ad Hoc Liaison Committee, April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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