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에 이스라엘이 그간 하마스 대원 8,00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CNN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며, 단지 CNN이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CNN cannot independently verify) 그런데 CNN이 못한 일을 한국에서 제가 해냈습니다. 매우 단순한 숫자 계산만 하고서 말이지요.
지난 3개월 간 이스라엘은 23,000명의 가자지구 주민을 학살했습니다. 관련 뉴스를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사망자 수치에 항상 수학 공식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사망자의 3분의 2가 여성과 어린이"라는 문구입니다. 전쟁이 발발한 이래 이 공식은 깨진 적이 없습니다. 관련해서 우리 뉴스 댓글에서 어처구니없게 우스운 내용을 여러 번!! 보기도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남자들은 다들 어디 가고 여자랑 아이들만 죽게 내버려 두냐? 비겁한 놈들"
초등학교 때 산수를 성실하게 배우신 분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황당한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3분의 2가 여성과 어린이라는 말은, 3분의 1은 성인 남성이라는 말입니다. 1월 10일 현재 23,000명이 사망했으니 성인 남성은 몇 명이 될까요? 네, 약 7,700명이 나옵니다. 이스라엘이 말한 하마스 대원 살상 숫자와 동일합니다. 즉, 이스라엘이 사살했다는 하마스 대원은 그냥 성인 팔레스타인 남성을 의미합니다.
(대략적으로 사망자의 3분의 1이 성인 남성, 3분의 1이 성인 여성, 3분의 1이 남녀 어린이입니다.)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부터 하마스 대원을 구분해 가며 싸우지 않았습니다. 목적이 하마스 소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건국 이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목표로 삼고 있는 사명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고향에서 몰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유도 기능이 없는 폭탄을 무더기로 투하해 여성과 어린아이들을 죽이고(CNN “이스라엘, 가자에 ‘무유도탄’ 무더기 투하… 민간인 피해 키웠다”), 웃옷을 벗고 SOS를 적은 백기를 흔들며 나타난 유대인 인질마저 사살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대량무차별학살(genocide)' 군사작전의 일환입니다.
여러분, 이스라엘의 주장이나 이를 무비판적으로 전하는 CNN 등의 외신에 속아 넘어가지 마시고 언제나 비판적 사고로 뉴스를 접하시기 바랍니다.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정부의 발표를 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을 개돼지 취급하는 건 우리나라 정치인만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부정의하게 이용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