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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Oct 29. 2019

단어의 진상 #6

너는 다 좋은데 말이야

융통성이 너무 없어

사람이 때로는

1 3 5 7 건너뛸 줄도 알고

때로는 

한 템포 쉴 줄도 알아야지

이건 뭐 항상 곧이 곧 대로니

그 모양 그 꼴 아니겠어?

인생 뭐 있어

좀 즐기면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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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진상의 진상> 시계


다음 중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입니까?     


<1번> 박 대리

누군가는 해야 할 프로젝트다. 안 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끝내야 하고,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자. 마누라한테는 미안하지만 하룻밤만 더 새자.

<2번> 최 대리

박 대리 저 녀석 참……. 하기야 머리가 안 되면 몸으로 때워야지. 조직에서는 말이야, 근면하기만 한 직원보다 나처럼 능률적인 직원이 더 필요한 거야. 자, 오늘 저녁은 부장님 모시고 어디로 가지? 

<3번> 김 부장

뺀질이 최 대리를 보면 머리 돌리는 게 다 보여. 하지만 입 안에 혀처럼 구니 편하지. 눈치도 빠르고. 

근데 박 대리는…… 참 거시기 해. 죽어라고 일하는 건 좋은데, 뭔가 답답하고 불편해. 이번 승진은 그래도 최 대리를 시키는 게…….     


정답은? 모르겠다고? 거짓말!

누구나 겉으로는 최 대리를 욕하고, 김 부장을 욕하지만 박 대리처럼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죽어라고 일하고는 승진에도 밀리고, 가족과는 데면데면, 늙도록 만년과장으로 있다가, 명예퇴직당하는 박 대리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의외로 박 대리가 많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속이 부글거려도 소주 한잔에 마음을 다잡는 수많은 박 대리들. 

눈에 띄지는 않지만 톱니바퀴처럼 세상의 엔진을 돌리는 사람들. 그래서 그나마 조직이 돌아가고 나라가 돌아가는 거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벽 한 구석에서 똑딱똑딱 돌아가고 있는 시계처럼, 오늘도 수많은 박 대리들은 묵묵히 세상의 엔진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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