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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Feb 02. 2020

단어의 진상 #24

하루에도 몇 번씩 미워 죽다가도

     

눈길 한번 주면

가슴이 벌렁벌렁  

   

싫다는 소리도 거짓말이고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하겠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내가 말라죽겠다

.

.

.

.

.

.

.

.

.

.

돈     


<진상의 진상>  돈     


이 정도면 지독한 짝사랑이다. 

내 인생이 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은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그렇다고 아직 미련을 버리지도 못하겠다. 

짝사랑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얼마 정도의 돈이 있으면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부채를 다 갚으면 될까? 가족들 한풀이할 수 있을 정도의 현금? 넉넉한 노후자금? 자식에게 아파트 하나 딱 물려줄 수 있는 여유자금? 10억? 20억? 50억?…….     


이해가 안 되는 뉴스를 볼 때가 가끔 있다. 

재벌들이 돈 때문에 가족들과 원수가 되고, 돈 때문에 감옥에 간다. 금수저들이 마약을 하고 자살을 한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파산을 하거나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도대체 왜?     


더 이해가 안 가는 뉴스도 있다. 

평생 김밥 팔아 모은 돈을 몽땅 기부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럴 거면 돈을 왜 그렇게 힘들게 벌었을까?     

 

나는 재벌은커녕, 로또 벼락을 맞을 일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김밥 팔아 모은 돈을 몽땅 기부할 일도 없을 것이다. 

끝없는 탐욕의 사랑도 없을 것이며, 숭고한 희생도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그냥 이렇게 마음 졸이며 짝사랑하다가 끝날 인생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짝사랑 때문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직장에 가고, 더럽고 아니꼬워도 참을 줄 알고, 밤늦게까지 고민도 한다.

그 이루지 못할 짝사랑이 이 세상 쓰러지지 않고 버티게 하는 나의 에너지이다.     


짝사랑이 짝사랑으로 끝난들 어떡할 것인가. 

짝사랑도 엄연히 사랑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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