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홀로 고향집에 사신다. 5개의 방과 2개의 화장실과 1개의 거실과 1개의 주방을 혼자서 독차지했지만 그리 부럽지는 않다.
“어머니 뭐 하세요?”
“응. 테레비 보지.”
“어머니 뭐 하세요?”
“응,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곧 시작해서 방금 방에 들어왔다.”
텔레비전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친구 많고 외출 잦은 어머니지만 혼자서 그 긴 밤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텔레비전의 시대는 갔다고 한다. SNS에, 유튜브에……, 요즘 누가 텔레비전 보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텔레비전은 유효하다. 여전히 우리 곁에 앉아서 쉼 없이 조잘대고 있다.
“여보. 내 말 듣고 있어?”
“뭐? 뭐라고 했는데?”
“아, 한참 얘기했는데.”
“미안해.”
“얘기 그만할까?”
“아니야, 계속해. 난 당신 얘기 듣는 게 좋아.”
“듣지도 않으면서 맨 날 좋대…….”
미우나 고우나 사람에게 사람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다.
하지만 이 미치도록 고요한 공간 속에서, 이 미치도록 길고 어두운 밤을 함께 해 줄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붙잡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