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한결같기가 쉽지 않다. 세상을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예상과 실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신이 필요하다. 세상에 맞춰 변신하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다. 이해한다.
하지만 초심을 잃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목표를 위해 전술을 바꾸는 것과 목표 자체를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초심을 잃게 되면 변심과 배신이 ‘시대의 흐름’으로 둔갑하고, 부패와 탐욕은 ‘비즈니스 마인드’로 포장된다. 그렇게 무너져 내린 수많은 초심들이 있다.
군부의 탄압에 맞서던 인권운동가는 권력을 잡게 되자 학살과 폭행에 침묵한다.
노동자를 대변하던 목소리는 비열한 뒷거래를 변명하기에 바쁘다.
순수하고 고결했던 문학청년들이 여성들을 농락한 파렴치한 노인네들로 늙어간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던 젊은이들은 또 다른 이름의 재벌이 되고 있다.
도전과 패기와 정의와 배려가 갑질과 담합과 파벌과 꼰대로 변질되고 있다.
사람이 곱게 늙는다는 것은 성형과 보톡스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은 샤넬과 벤츠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람이 향기롭다는 것은 퇴직 마지막 날까지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관처럼, 30년 한 결 같이 새벽에 일어나 똑같은 재료로 곰탕을 끓이는 사장님처럼, 암투병 속에서도 무대에 오르는 노배우처럼 사는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처음 먹었던 마음 그대로 사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늘 같은 색깔과 같은 향기로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