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해서,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은 더 그렇다. 괜히 초 치려는 말이 아니다. 사랑의 타고난 생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사랑이 시작될 때는 6월의 맑은 하늘처럼 따사롭다. 사랑이 깊어지면 한여름 뜨거운 태양처럼 서로를 눈멀게 하고 귀 멀게 한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열기는 식어가고 푸르름은 낙엽처럼 바래진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도 유통기한이 있다.
세균을 죽여주고 필수 영양분을 공급하던 약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독으로 작용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식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사랑이 무관심으로, 미움으로, 증오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그러니 유통기한이 지나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별난 성격 탓도 아니고 누구의 집안 환경 탓도 아니고 누구의 능력 탓도 아니다.
모든 원인은 사랑 자체에 있다.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사랑의 유통기한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유통기한을 늘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욕심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복용량을 잘 지키고 보관방법을 잘 살펴볼 일이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고 생각하면 겸손하고 차분해진다.
사랑도 그렇게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