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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Nov 16. 2019

단어의 진상 #15

늙고 영악했다

가족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인간이었다

이윽고 그는

저열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참다못해 물었다

어르신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요?

노인이 웃었다

법대로 하시게 법대로 

인생사 다 그런 거 아니겠나?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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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


<진상의 진상>  새옹지마     


한 노인이 우연히 좋은 말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축하하자, 노인이 말했다.

“그것이 무슨 화가 될는지 어찌 알겠소?”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이 모두 이를 위로했다. 노인이 말했다. 

“이것이 혹시 복이 될는지 어찌 알겠소?” 

1년이 지난 후, 전쟁이 일어나서 마을 사람들은 열에 아홉이 죽었는데,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장애인 까닭에 부자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고사성어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유래다. 살다 보니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일이 참 많다. 그 노인네 참 현명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노인이 의심스러워졌다. 과연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노인의 말(馬)은 진짜 우연히 얻은 것일까? 

전쟁과 징병에 대한 고급 정보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얻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고의로 아들의 신체를 훼손하여 징병을 면한 것은 아닐까? 

마을 사람들이 열에 아홉이 죽었는데, 자신들만 살아남은 것이 칭송받을 일일까?      


별 별일이 다 벌어지는 세상. 때로는 그 별일이 별일인데도,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별 수 없이 덮여 버리는 세상. 

곳곳에 CCTV가 도사리고, 먼지 속에서도 DNA를 찾아내고, 망가진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되살리는 무서운 세상이지만, 아쉽게도 새옹지마의 시대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게 없어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만사 흘러가는 것이 ‘운빨’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때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힘빨’ 아닐까 하는 의심이 문득문득 드는 것은 내가 삐딱한 탓일까.

아니면 시대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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