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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Nov 16. 2019

단어의 진상 #16

사랑한다는 그 말

오직 너뿐이라는 그 말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따 주겠다는 그 말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그 말     


내가

너에게

듣고 싶은 그 말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운 그 말

.

.

.

.

.

.

.

.

.

.

거짓말                                                            


<진상의 진상> 거짓말     


다음 말들의 공통점은?     


오빠 믿지? 

난 당신밖에 없어.

만수무강하세요.

역시 선배님밖에 없어요.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하고, 듣는 그 말. 

때로는 알고도 속아주고 진짜 모르고 당하기도 하는 거짓말. 

이렇게 사기와 배신이 난무하는 일상이지만, 별 탈도 없이 잘들 넘어간다. 

그렇게 당하고도 분기탱천이 없다. 모두들 도덕불감증이라도 걸린 걸까?      


아니다. 그게 아니다.

가슴을 찔러오는 참말들이 있다. 비수 같은 진실들이 있다. 그 비수에 찔려서 밤새 괴로워해 보거나 눈물마저 떨어뜨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세상이, 인생이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들은 안다.      


이 험한 세상을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내려면 어쩔 수가 없는 것들이 있다. 

독성이 잔뜩 묻은 진실의 칼날에 목을 내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차라리 속고 속이면서 그렇게 버티는 것이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 이겨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 거짓이 진짜 악의적인 거짓이 아니라면, 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 그래서 사랑이 더 깊어지고, 가족 간에 웃음꽃이 피고, 직장생활에 자부심이 느껴진다면, 그래서 덜 아프고 덜 슬프다면, 이 고단한 인생에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다면, 차라리 서로 속고 속여보자. 

뻔뻔하게 달콤하게 거짓말이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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