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쯤이었다. 갑자기 그놈이 쓱 들어왔다.
갑자기 잠이 싹 달아나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또 언제까지 나를 붙잡고 늘어지며 괴롭힐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녀석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제 왜 그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했나, 왜 쓸데없이 그걸 한다고 해서 남들까지 힘들게 하느냐, 같은 사소한 질문부터 시작하더니 그 많은 부채는 어떻게 해결할 거냐, 도대체 노후 준비는 하고 있기는 하느냐, 같은 뼈아픈 약점을 꼬치꼬치 따졌다.
그러더니 본격적으로 나를 물고 늘어졌다.
너는 말이야. 네가 참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잘 안 풀린다고 생각하지?
너는 가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몰라주지? 너의 등에 올라탔다고 생각하지?
열심히 일했는데 주위에서 몰라주지? 그래서 억울하지?
너를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너의 그 무관심과 이기심에 점점 실망하고 마음을 다치고 그래서 너에게서 멀어진 것뿐이야. 너의 업보라고.
자 너를 돌아봐. 이제는 늙고 볼품없어진 너를 보라고.
너는 지금 어떤 모습이냐고. 너는 어떤 아들이고, 어떤 남편이고, 어떤 아빠고, 어떤 동료고, 어떤 친구인지 잘 보라고. 도대체 넌 뭐냐고…….
잠 좀 못 자면 어때? 결국 언젠가 질리도록 잘 잠인데.
사람 미치기 직전까지 인생사를 탈탈 털던 놈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이 훌쩍 가버렸다.
사람 속을 뒤집어 놓던 그 미운 놈이 그렇게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