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세상을 좀 알게 되면 자기 자신을 좀 파악하기 마련이다. 주제를 알기 마련이다. 웬만큼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을 줄 알게 된다.
뭐 어쩌겠어, 현실인데. 나 하나 참으면, 이번 한 번만 그냥 눈 딱 감으면 어떻게 잘 되겠지…….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내내 찜찜하다. 누워도 잠이 잘 오질 않는다.
밤새 그 자존심이란 칼이 자신을 찔러대는 바람에 잠을 설치고 속이 상한다.
이 몸속의 칼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무뎌지지 않는다. 몸속 깊숙이 숨어 있다가 여지없이 자신을 찔러댄다. 괴롭다.
하지만 아무리 칼날이 매서워도 한 가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칼이 자기 자신을 찔러대 속으로는 피멍이 들지언정 그 칼을 밖으로 꺼내지는 말아야 한다.
참지 못하고 밖으로 꺼내는 순간, 사람들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사태는 심각해진다.
자존심이라는 칼이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누구나 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서로 명심하는 것이다.
내가 아프듯 남도 아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안 아프려면 남도 찌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칼을 오롯이 내 품속에만 품되, 그 고통이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성장통이 되도록 다스려야 한다.
살인자의 칼이냐, 명장의 칼이냐는 결국 주인이 하기 나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