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라는 것이 무섭다.
길을 가다 보면 누가 뭐래도 한 가족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는 경우가 있다.
몸집이 좀 나가는 집안, 키가 큰 집안……. 아버지의 머리숱을 보고 아들의 머리카락을 쳐다보면 십중팔구 아들의 미래가 보인다.
알코올도 유전이다. 부모가 술을 좋아하면 자식이 아무리 피하려 해도 술꾼으로 변해갈 확률이 높다.
이 정도면 다행이다.
불행하게도 암과 같은 질병이나, 심지어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도 유전이 된다니, 핏줄이라는 것이 정말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선천적 DNA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후천적 DNA이다.
후천적 DNA가 치명적인 이유는 몸속에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다는 데에 있다.
왕후장상의 씨를 환경이 만들어낸다는 데에 있다.
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 그 고리를 끊어내기가 만만치가 않다.
기업이나 가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의사 집안은 의사를 낳고 강남 주민은 강남 주민을 낳는다.
금수저는 금수저를 낳고 흙수저는 흙수저를 낳는 세상. 무섭다.
선천적 DNA가 백 퍼센트 유전되지 않듯이, 후천적 DNA도 백 퍼센트 유전되지는 않는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겨낼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사회와 환경이 만들어 놓은 DNA는 사회와 환경이 해결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