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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한잔 Jul 30. 2020

매리의 방

철학 사고

Qualia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Qualia는 한국말로 번역하기 아주 어렵고, 영어권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철학 용어입니다. 직접적으로 번역을 하기보다는 그 예시들을 들을 때 이해하기가 쉬운 용어인데요. 커피의 향을 맡을때 우리가 느끼는 경험은 Qualia의 일종입니다. 이렇게 어떠한 순간에 느껴지는 주관적인 의식과 감정들을 통틀어서 Qualia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이러한 Qualia 가 뇌과학적으로 연구될 수 있는가 없는가, ’ 그로 인하여 특정 뉴런의 연결 상태가 초콜릿을 먹을 때의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가’, 와 같은 문제들은 철학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주 좋아하는 대화 주제이죠. 오늘은 이 Qualia 그리고 Consciousness와 관련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1974년에 미국의 철학자 Thomas Nagel 은 What it is like to be a bat이라는 리뷰 논문을 개제합니다. 이 논문은 이후로 철학과 뇌과학 분야들을 통틀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논문의 핵심 논점은 우리가 박쥐가 된다면 거기에 ‘박쥐 다움’이라는 Qualia가 존재하냐 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박쥐스러움’ 혹은 ‘박쥐’라는 Qualia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Consciousness 즉, 의식이라는 겁니다.


의식에 대한 연구는 뇌과학과 철학 그리고 여러 가지 범주를 넘나드는데, 19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뇌과학에서 의식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못했고, 주로 철학에서 연구가 되었습니다. 주로 철학에 관련되어서 연구되었기 때문에, 의식에 대한 연구와 질문들은 아주 깊은 사고를 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포인트를 놓치기가 쉽습니다.


다시 Nagel의 논문으로 돌아가 보죠. 시작을 하기에 앞서,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느낌’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몇 가지의 도구들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인간은 ‘시각’이라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능력을 몇 가지 예시를 들어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표현방법과 그 표현을 알아듣는 능력 또한 이 능력을 경험해본 인간에게만 가능하죠. 재미있는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석양이 지는 것을 보는 ‘시각적 경험’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신가요?


우리의 대화는 보편적으로 이렇게 흘러갑니다. ‘아~ 저번에 석양이 지는걸 어디에서 봤는데 그때 진짜 이쁘고 아름답더라’라고 한 사람이 말하면 그 대화의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그 이미지를 뇌 속에서 그릴 수 있고 그에 따라서 부연적인 설명 없이 그 짧은 문장 하나 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 뇌의 능력이지, 실제로 우리가 언어나 특정 정보교환 매개체를 통해서 그 경험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치들과 능력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당연시 여겨지는 탑재된 능력들은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느낌’을 구성하죠. 그리고 이러한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경험 혹은 느낌'을 주관적인 경험의 특성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주관적인 경험의 특성은 의식을 구성하는 한 부분 요소입니다. AI(Artificila Intelligence)가 활발히 연구되며,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대중의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요즘에 의식 만큼 재미있는 철학적 주제가 없지요. 여기서 매리의 방(Mary's room)이라는 철학 사고 실험이 등장합니다. 이는 Frank Jackson이라는 미국의 철학자가 제고한 사고 실험인데, Nagel의 논문과 많은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Mary's room

 매리의 방 사고 실험은 어디까지나 사고 실험이기 때문에 철학자가 어떠한 논점을 만들고자 함에 따라서 여러 가지 변형된 사고 실험들이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미국 Caltech의 이론물리학자 Brian Greene이 그의 최신 저서 Until the end of time이라는 책에서 사용한 버전을 사용해보겠습니다.


"먼 미래에 매리라는 아주 똑똑하지만 태생적으로 색을 전혀 볼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그녀에게는 세상의 모든 게 흑백으로 보였죠. 그녀의 이러한 특징은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아무도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리는 스스로 원인을 찾아 공부하기로 하죠. 그녀 스스로의 병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매리는 몇 년간의 지속적이면서도 아주 열성적인 공부와 연구를 해나갑니다. 그 결과 매리는 뇌의 모든 구조적, 기능적, 생리학적, 화학적, 생물학적, 물리학적 디테일을 밝혀내며 세상이 본적 없는 최고의 뇌과학자가 됩니다. 그녀는 뇌의 범연결적 기능부터 가장 작은 단위의 기능까지 '밝혀질 수 있는' 모든 원리들을 밝혀내고, 우리가 석양을 볼 때 뇌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뉴런의 활성과 단백질의 신호체계를 알아냅니다."

"이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메리는 본인 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를 알아낸 다음, 이를 고치기 위해서 수술에 들어갑니다. 몇 달이 지나, 수술을 진행했던 의사들이 그녀의 안대를 제거할 준비를 하고, 그녀는 완벽히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장미꽃 한 다발 앞에 서있는 그녀는, 서서히 그녀의 눈을 엽니다."


여기에서 매리의 방의 핵심 포인트가 나옵니다.


"빨간색이라는 색을 처음으로 접한 매리, 그녀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될까요?"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우선 이 사고 실험을 논문으로 낸 Jackson은 논문을 기고했던 당시 이러한 포인트를 만들었습니다. "빨간색을 처음으로 본 매리가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고, 이 사실이 내포하는 의미는 완벽한 물리적 이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포인트를 삼아서 Jackson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 새로운 무엇인가가 우리의 의식을 구성하는 것이고, 우리의 의식은, 그렇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연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고 실험은 많은 동시대 철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현재까지도 많이 인용되는 중요한 논문입니다. Jackson의 논리적 연역을 반박했던 사람 중 두 명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철학자 Daniel Dennet은 이 사고 실험의 기본적인 설정에 질문을 던집니다. "완벽한 이해도란 무엇인가. 매리는 물리학적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해하였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Dennet의 포인트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것을 설명한 '완벽한 이해', '완벽한 지식'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 Jackson은 '완벽한 이해와 지식'이 가지고 있는 가능적인 힘을 저평가했다"라는 것입니다. Dennet은   "완벽한 물리적 이해를 기반으로 매리는 눈을 뜨고, 빨간색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긴 하겠지만, 그것은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갖고 있던 빨간색에 대한 예측을 확인시켜주는 것 그 이상은 아닐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동시대의 다른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David Lewis는 이 사고 실험의 해석에 질문을 던집니다. "매리가 빨간색을 접하고 배우는 건 새로운 '능력'이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안대가 제거됨에 따라서, 매리는 빨간색을 보고 그저 어깨를 으쓱하는 정도의 반응 정도를 보이겠지만, 그녀가 빨간색을 보고 감탄을 한다면 그것은 그저 그녀가 그녀의 오래된 지식에 대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색하는 방식일 뿐이다"라고 매리의 방 사고 실험에 답하죠.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철학자들이 이 사고 실험에 답변을 현재까지 던져왔고, 디테일한 사고 실험의 기술이 틀리거나 맞을지언정, 이 사고 실험은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Qualia란 무엇이고, 이것이 우리의 Consciousness에 대해서 무엇을 조명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Qualia에 대한 고찰로부터 Conscioiusness의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음에는 여기서 짧게 다뤄진 Thomas Nagel의 논문 What it is like to be a bat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1CCsnrLK-I

https://www.youtube.com/watch?v=8aqXwu2GxEU&t=30s

유튜브에 이 글과 관련된 동영상도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쉬운 이해를 도와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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