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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한잔 Aug 05. 2020

Hard problem

의식과 과학


의식에 대한 철학적 접근, 그 마지막 편 David Chalmers의 Hard problem(어려운 질문)입니다. 이 전의 두 글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의식에 대한 문제가 절대로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질문’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가장 쉬운 접근방법은 가장 대조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겠지요. ‘어려운 질문’이 있다면 당연히 그 반대에는 ‘쉬운 질문’ 이 있겠죠. 그러면, ‘쉬운 질문’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것들이 ‘쉬운 질문’인지에 관하여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쉬운 질문'

과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이 질문을 던질 때는 보편적으로 가정이나 목표를 정해놓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방법은 의식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마찬가지로 사용하죠. 제가 실제로 하고 있는 연구주제는, ‘뇌는 살아있음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속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낄 때 혹은 살아있는 것을 관찰할 때 뇌에서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찾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우리가 얼굴을 인식할 때, 뇌 영역 중 어떠한 영역이 활성화되는지를 찾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연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뇌 연구들은 ‘인과관계’가 아닌 ‘연관관계’ 혹은'상관관계'를 찾죠.


과학을 전공하시지 않은 분들은 위의 문장이 사뭇 어색하거나 낯설을 수도 있는데, 위의 문장은 과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A correlation is not a causation). 그리고 위의 문장이 내포하는 뜻은, ‘우리가 어떠한 상관관계 혹은 연관관계를 보았을 때, 그것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겠죠. 


예를 들어서, 한국에 서식하는 어떠한 사슴 종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사슴종을 관찰한 결과 그 사슴 종이 사는 산에는 높은 빈도로 특정 종의 초목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여기에서 그러면 그 사슴과 이 초목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지금 주어진 문장을 갖고 사슴과 초목의 관계를 말할 수 있는 것은, ‘둘의 상관관계가 있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시 뇌로 돌아와서, 사람이 다른 사람 얼굴을 관찰할 때, 뇌의 특정 영역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된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뇌과학을 전공하시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께: 우리가 다른 사람 얼굴을 관찰할 때는 뇌의 영역 중 Fusiform area라는 영역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이 정보가 우리의 얼굴인식능력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현재까지 제가 말씀드린 정보에 의하면 첫 번째 문장 이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저 상관관계이기 때문이죠.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 일본에서의 한 연구팀은 환자의 뇌에 전극을 연결시켜놓고이 Fusiform area라는 곳에 전류를 흘려보내는 실험을 하였고, 그 결과 이 환자들은 fusiform area가 전기자극을 받을 때마다 물체에서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사람의 얼굴에서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등의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과학자들은 결국에 이것은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Fusiform face area


하지만, 특정 뇌 영역이 특정 인지 기능에 관련하여 ‘상관관계’ 혹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한들 우리가 의식이나 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서, 우리의 인지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보는 모든 세상은 우리의 뇌 속에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제가 눈 앞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게 되는 과정은: 광원에서 나온 광자가 모니터에 반사되어 내 눈에 도달하게 되고 그 눈에서 시신경이 광자에 의하여 활성화되면 그 시신경들은 전기신호를 시각을 담당하는 뇌로 보내게 되고 그 전기신호에 의해서 우리는 이 모니터라는 물체를 뇌 속에서 구현해내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바로 ‘어려운 질문’이 나오는 것이죠. 이러한 특정 전기신호와 신경의 연결과정은 어떻게 해서 우리가 감각, 인지, 느낌을 갖게 하는가. 현재 이 메커니즘에 대한 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질문’인 것이죠.


이번 글을 끝내기 전, 이 ‘어려운 질문’을 풀기 위하여 학자들이 취하고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인공지능 관련 computational neuroscience

- Computational neuroscience란 컴퓨터 알고리즘 (Reinforcement learning, deep learning, machine learning 등)을 기반으로 하여, 간단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부터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방법인데요. 이러한 방법을 흔히 reverse engineering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예시로는, 우리 뇌에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하고, 이 도파민은 기억 형성부터 동기부여까지 많은 인지기능에 관여하며, 도파민과 뇌에 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관련된 논문들과 정보들을 기반으로 똑같은 논리를 알고리즘에 적용시켜서 그것이 우리가 얻고자 하는 목표를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인지기능을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겠죠.


2. Psychedelics reaserch

- Psychedelic이란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환각제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데, 환각제라는 말 자체로는 너무나 놓지는 함축적인 의미가 많습니다. Psyche는 고대 그리스어로 마음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기인하며 delic은 보이게 하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기인합니다. 즉 마음을 보이게 하는 물질을 말하는데요. 이 Psychedelic의 예시로는 특정 자연 버섯 종류나 몇 가지 화학물질 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의식 연구에 이용될 수 있는 이유는, 예를 들어서, 이 자연 버섯을 섭취하였을 때 우리의 의식은 지대하게 바뀌게 되고, 그로 인하여 많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인지하게 되는데, 이 사실 자체가 말해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저 특정 물질(그 버섯에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한 물질이 들어있습니다)이 우리 뇌 속에 들어오는 것 만으로, 우리의 의식은 너무나도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이 물질들은 우울증 치료, 말기암 환자의 죽음 극복 치료, 명상 연구 등으로 메디컬 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순수과학 연구에서는 피실험자가 이 버섯 혹은 다른 종류의 psychedelic을 섭취하였을 때 뇌에서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는 등의 방법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의식에 대한 사고 실험과 논문들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뇌과학적 재미있는 사실들과 논문들로 돌아오겠습니다.


유튜브에 동영상버전도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ZOQrHEU1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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