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 크리스마스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D-2일

by 겨자씨앗

크리스마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예수님 다음으로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흉측하고 인정머리 없는 괴팍한 스크루지 영감 이야기는 언제나 진한 감동을 준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 이브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얇아져 유령들이 속세에 나오기도 한다는 말에 착안하여 단 몇 주만에 완성시킨 찰스 디킨스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소설가 중 꼭 만나고 싶은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유쾌하고, 익살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사회적 의식을 잃지 않았다.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와 아픔, 파탄난 결혼 생활보다 무려 10여 명의 자녀를 기르며 미디어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벽난로 앞에 자신이 만든 이야기, 들은 이야기, 여기저기 주워 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 모습이 더 연상된다.

스크루지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전 날, 친구 말리,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을 만나면서 영혼 깊은 곳까지 완전히 변화된다는 내용이다.

쇠사슬과 자물쇠가 온몸에 칭칭 감긴 말리는 비탄, 후회, 비통, 자책감이 가득하여 나타난다. 살아있을 때 이웃의 불행을 못 본 척하고, 초라한 마구간에 태어나신 거룩한 이를 생각하지 못해 인색했던 삶을 돌이키고 싶지만 소용없다. 안타까운 울부짖음이 멀어진 뒤, 스크루지는 자신의 과거를 본다.

과거의 내 모습은 어떠했는가. 지금과 비슷한가. 불우했는가. 유복했는가.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은가.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라도 현재 내가 아직도 심장이 뛰고 있다면, 분명히 어느 지점에 선하고 좋은 분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페치위그 영감 같은, 스쿠루지의 순수한 영혼을 사랑한 여인 같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스크루지는 이제 현재에 서 있다. 크리스마스날, 조카와 자신의 가게에 일하는 점원 집에서, 등대지기와 배 갑판의 선원들도 그들만의 축배를 들며 사랑의 시선이 오고가며 촛불 가운데 모여 초라한 음식을 들지라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곳, 그들을 업신여겨도 스크루지 삼촌을 위하여! 축복을 비는 곳, 고아원, 병원, 감옥, 모든 불행의 피난처에서 자비를 선사하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인 것이다.


스크루지의 미래는 아무도 찾지 않는 자신의 무덤. 애곡함도 아쉬움 없는 초라한 시체. 오히려 도둑만 집에 들끓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말미를 보고 완전히 변화된다. 회심한다. 다시 기회를 찾았다. 이제 사람들은 스크루지를 생각하며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기려야 하는지 입에 올린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웃고 있다면 족했다.

나는 스크루지와 대비되는 인물로 도리안 그레이(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가 떠오른다. 영혼도 육체도 미의 걸작이었던 그는 자신의 초상화에 도취되어 영원한 젊음이 유지되길 바라며 영혼을 악마에게 판다. 사람들의 추앙, 선망, 모든 탐욕의 대상이 되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살았던 그는 초상화에서 구더기가 들끓고 피가 묻고 추악하게 늙어가는 것을 보지만 돌이키지 않는다. 그저 감출뿐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광기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제 손으로 초상화를 찌르고 만다.

영혼의 상태를 볼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얼마든지 사람들 앞에선 감출 수 있다. 그러나 결국엔 드러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하늘에 쌓아둔다. 크리스마스는 이 '무지'와 '빈곤'을 다시금 기억할 수 있는 절기다.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않는 하늘에 너희 유업을 쌓아두라.

오늘의 묵상: 내 무덤 비석 표지에 무엇을 새길지 기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