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났으니 됐다 - 삿포로

남편과 함께 쓰는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1

이 날은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점 탐방이나 해볼까 하다가, 일찌감치 채비를 마치고 나서는 남편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졸졸 따라나섰다.

일단 저녁마다 걸어왔던 이온몰 경유로가 아닌 그 반대방향으로 가본다. 삿포로는 오밀조밀 예쁜 맛은 없지만, 계획도시라 그런지 길이 네모반듯해서 길찾기는 쉽다. (정말이냐고요...)


전철을 타고 스스키노역으로 향한다. 삿포로의 상징같은 곳이지만 오늘에야 제대로 보는 닛카상. 남편과 사진 한 장 찍어봅니다.


오늘따라 같은 티셔츠를 입고 나와서 누가 봐도 서로 아는 사람이네.






우리 뒤로 보이는 길로 다니는 아담한 사이즈의 노면 전차를 타고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전차에 앉아 창밖 풍경과 사람 구경을 하다보니 다음 정거장이 '도서관'? 남편과 눈빛을 나누고는 즉흥적으로 내렸다.



안쪽엔 사진 촬영이 금지입니다.



책들도 보고 게시판 포스터들도 구경하다 보니 슬슬 출출해진다. 마침 끼니때가 되었는지 친구들도 스프카레를 먹고 있다며 연락이 왔다. 주변 맛집을 검색해 보려 도서관 로비로 나왔는데, 어라, 지하에 식당이 있나보다. 얼른 내려가 본다.



주방 옆 작은 기계로 주문하고 돈을 넣는 시스템이다. 테이블 몇 개가 놓여져 있고 수저, 물, 녹차 등은 직접 가져와야 한다. 줄 서서 먹는 맛집이 가득한 삿포로에서 우리는 도서관 지하 식당 카레를 먹는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왠지 이런 게 재밌는 걸.



그 와중에 럭셔리하게 돈카츠 카레... 껄껄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좋고. 다시 전차를 타고 스스키노까지 한 바퀴를 마저 돌았다. 부근에 있던 친구부부를 만나 정보를 교환한 뒤, 그들은 우리가 탔던 전차를 타러 가고 우리는 그들이 구경하고 나온 쇼핑몰로 향한다.

로프트, 빅카메라, 다이소 스탠더드... 재밌다. 나 쇼핑 좋아하나 봄. 동물의 숲 게임에서 이름만 듣던 금목서 향이 제철인지 관련 상품이 많이 보인다. 요리 후 냄새를 잡기 위해 집에서 초를 종종 켜는데, 그렇게 쓰려고 금목서 향 인센스를 하나 집어든다.


9층에 가니 각종 게임기 (인형 뽑기 등)들로 가득하다. 피크민 캐릭터가 귀여워서 일본에 오면 가챠를 하나 뽑으려 했는데, 이 게임이 마이너한 건지 그 동안은 보지 못 했는데 여기 있다!



...는 품절이네.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다. 어제 저녁을 먹은 '시하치'의 음식이 감동의 도가니여서, 나오면서 다시 예약해두었었다. 남편과 먼저 가서 시원한 맥주를 한 잔씩 하고 있으니 곧 친구들이 도착했다. 오늘도 여전히 맛있다. 오늘은 어제처럼 거하게 달리지 않고 적당히 먹은 후 안주를 사서 숙소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 날이 헤어지는 날이라서인가, 이 인간들 왜 이렇게 달리는 거냐고. 11시 콰이어트 타임이 지난 뒤부터 소리를 낮추라고 수시로 잔소리를 해 댔지만, 볼륨은 줄어들었다가도 다시 커지기를 반복했다.


윗층과 이웃에 폐를 끼칠까 봐 마음을 졸이는 가운데, 신이 난 세 주정뱅이들은 마시고 또 마셨다. 사 왔던 맥주를 다 마시고 위스키 병도 비우더니, 길 건너 편의점으로 가서 맥주를 또 사오고... 결국 12시에 억지로 방으로 밀어넣을 때까지 계속됐다.


에혀... 마음껏 못 놀게 해서 미안하다. 다음엔 반드시 콰이어트 타임 없는 숙소로 예약해 둘께.



술 먹고 신나서 휴'족'시간을 머리에 붙인 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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