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냥이 Jun 28. 2023

마음이 소란할 때 대처법




요 몇 주간 속이 시끄러웠다.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었고 나는 그 기분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했다. 남편에게 내 우울함의 이유에 대해 설명해 보았으나 공감해 주지 않았다. 충분히 극복 가능한 감정이고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왜 내 기분에 공감 해 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공감이 되지 않는데 공감을 해주는 척하면 자기도 힘들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섭섭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곧 수긍이 갔다. 기분 나쁜 일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해서 해결될 것은 없기에 아예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그 감정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지도 않는 남편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편은 회사에서 있었던 일, 본인의 힘든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해는 갔으나 어쨌든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인 것이고, 나는 이야기 할 곳이 필요했다.


그러나 내 감정과 상황을 곱씹어 보다가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남에게 나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잡히지 않던 우울감이 실체가 되어 멀리 날아가 소문이 되고 곧 후회로 돌아올 것 같았다. 그 우울감을 사람에게 쏟는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 또한 이성적인 남편과 살면서 알게 모르게 동화가 된 모양이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을 멈출 수가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다.

글과 그림 외에 해보지 않았던 뭔가에 에너지를 쏟기로 했다.

그 뭔가는 ‘외국어’, 그중에서도 ‘일본어’였다.

올가을 아주 오랜만에 일본 여행을 계획했는데, 마침 이른 시일 내에 배운 것을 적용해 볼 기회도 있으니, 명분도 있겠다 겸사겸사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설렁설렁 배웠던 이후로는 한 번도 일본어를 공부해 본 적이 없었다.

마음만은 열정 만랩이었으나 몹시도 낡은, 내 머리는 히라가나에서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외우는 것을 멈추면 다시 마음이 소란해지기 시작했기에 외우고 또 외웠다.


짧은 시간 벼락치기의 결과 히라가나는 마스터했고, 가타카나는 볼 때마다 새로우나 어쨌든 눈에 많이 익혔다. 간단한 인사말은 읽고 쓸 줄 알게 되었고, 히라가나로 쓰여 있는 말들은 더듬더듬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간판과 메뉴판 등은 대부분이 가타카나와 한자로 이루어져 있기에 일본 여행에 있어서는 히라가나는 크게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 나의 소란한 마음도 잠재우고 더불어 그 우울한 감정도 점점 옅어지게 해주었다.


이제와서 돌아보면 다른 이에게 나의 감정을 쏟아내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우울했던 그때 그 감정이 뭐였는지도 조금씩 잊혔다.

나의 소란한 마음 덕에 새로운 언어와 인생의 지혜를 함께 배워가고 있다.


가끔은 우울한 것도 쓸모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넋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