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묻고 사랑에 답하다

학교를 꼭 가야 하나요?

by Biracle

어느 날 갑자기 학교 등교 파업을 시작한 사랑이



학교 다니기가 어려운 거야? 학교 공부가 어려워? 친구가 없어서 그래? 외로워서 그런 거야?

갑자기 학교 등교 거부를 선언한 초등학생인 사랑이에게 원인 분석을 위한 질문을 수도 없이 했다.

아빠는 나 사랑해? 이유가 뭐야? 왜 사랑해?

사랑이는 아빠 심장 같아서 아빠 목숨보다 소중하지 그냥 사랑하지 이유 없어.

솔직한 마음으로 대하면 설득이 되겠지 생각을 하면서 대답을 했는데..

그렇지? 나도 그냥 학교 가는 게 싫어

맙소사!

마음이 그냥 그렇다는데 도저히 설득할 자신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잠깐 이야기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일로 온 가족이 비상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해결사는 결국 나인가 - 하는 이상한 자부심이

발동했다고 해야 하나. 좋아 이번 일을 멋지게 해결해봐야지~ 생각 끝에

학교는 사회에서 관계를 맺는 연습장 같은 곳이야. 그래서 학교를 통해서 일정 수준의 지식과

인간관계를 배우는 곳이지.

난 그게 너무 힘들어.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잖아.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내 생각인지 아니면 그렇게 사회적 교육을 받아서 그렇게 대답했는지 이제는

내 자신이 혼란스러워 졌는데 막상 딱히 설득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아빠도 내가 학교를 가야 한다는 목적이잖아.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알고 싶어. 근데 학교 가는게 정말 싫다고

그러게 결국 난 사랑이 마음을 알아주는척 했을뿐. 실제로 왜 그런지 마음을 알지도 못했다

본인도 몰라서 힘들어하는데 나는 어디서 가져온지도 의문투성의 교육적 자세로 말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학교 가는게 그렇게 힘들었는데 참고 다닐 때는 관심도 없더니

이제 내가 등교 거부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니깐 이제서야 관심을 가져주는건데

울부짖는듯 토해내면서 말하는데 너무 놀랬다고 해야 할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전혀 몰랐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 묵묵히 학교 다니고 조용히 지내서 잘 지내는줄만 알았던거다.

사실은 엄마, 아빠 생각해서 참고 버티고 버티고 있었던 것인데.. 어린 아이가 그렇게

혼자서 견디고 있었던 것을 전혀 짐작도 못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언니, 오빠랑 나이차이가 있어서 대학생이 되면서 본인과 노는 시간이 갑자기

사라졌을거고 일하는 엄마와 치료 때문에 떨어져 있는 아빠.

결국 사랑은 혼자가 좋았던게 아니라. 혼자일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일 선물 뭐 갖고 싶냐는 질문에 가족들이랑 함께 게임하는거라고 했던 아이다.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좋았던 것이다.

결국 난 공감하는줄 알았는데 사실은 정해진 답으로 이끌어가려고만 했던 것이다.

사랑이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말 그냥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랬는데 아무도 그런 마음의 대화보다 해결책만을 찾고

설득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아빠, 나도 내 마음을 몰라고 알고 싶은거고 학교가 그냥 지금 싫은데

아 싫구나. 많이 싫었는데도 참고 있었구나. 이런 마음이 필요했어

그저 아기인줄만 알았던 사랑이가 성장통을 겪고 있는데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알아주지 못해서 참 미안했다.

과연 내가 안다고 아는게 얼마나 정확하고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할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확신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생각해보면 지난 시간동안 인간관계에서 씁쓸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망각은 신의 선물인지

또 다시 잊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살아오기는 했지만 자녀와 관계는 전혀 다른 장르였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언제부턴가 마치 다 아는 것처럼 굴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해결책이 필요한게 아니라 공감해주는걸 바란 것 뿐인데.

마치 질문을 문제로 생각하고 온갖 해답을 찾아서 맞추려고만 했던 것이다.

사랑이와 나에게 필요한건 해답이 아니라 공감이고 그 질문에 함께 생각하는 대화였던 것이다.

그래 이제야 우리는 대화라는 것을 시작했다.

대화의 시작은 그렇게 상대에 대한 궁금증을 경청하면서 시작되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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