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가 쏟아졌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그런 날도 있지요

by Biracle

계속 하루 종일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와 관련이 아예 없는 일도 아니었다.

안 좋은 소식이라는 것도 주관적인 해석이라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결론 짓을 일들은 아니었지만

좋은사람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는 것을 달리 도울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결국은 좋은 일로 이어질거라고 믿어본다.

그래서 오히려 내 시간을 차분하고 신중하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어제부터 두통으로 어지러웠는데 결국 샤워하고 나오는 길에

잠시 어지러움과 바닥의 미끄러움이 합작되어서 정면으로 쓰러졌다.

얼굴을 강하게 부딪혔는지 바로 코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화장실 바닥은 물론 거실까지 온 통 피범벅으로 아수라장 같았다.

몇 년 만에 흘려본 코피였을까.. 뭔가 비현실적인 코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코피를 간신히 틀어막고 청소를 했다.

코가 욱신욱신거리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왼쪽 발바닥이 너무 아파왔다.

신경이 제멋대로 작용하는 왼쪽 다리라서 그런지 계속 통증이 밀려왔다.

한동안 멍하게 그렇게 서 있었다.

겨우 수습하고 코에서부터 전해지는 통증을 신경 쓸 겨를 없이 배달하러 나갔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있음에 나아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하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요즘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그런지..

사고 후 다리 통증 그리고 온몸에서 면역력 저하로 인해서 일부러 안 먹고 있던 약들을

부랴부랴 찾아서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아침약이 따로 있고 저녁약이 따로 있고. 통증약은 최대한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잠도 부족하다 보니 마음은 즐거운데 몸이 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시작은 하고 마무리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집중과 선택에 관해서 약한 고리가 있는 것 같다. 호기심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삶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혀 살아가야 하는 세월이 되면 더 그런 것들이

난해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여전히 궁금한 것들이 많고

여러 사람들에게 배울 점도 많고.. 그런 것들을 배우는 것이 즐겁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으니깐 과거에 후회를 붙잡을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의 아쉬움과 함께 기대가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이토록 감사한 인생이라니..

전에는 어느 정도 경제적인 바탕이 있어야 불안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환경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그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소중한 것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오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에서 아름다운 언행을 삶으로 이끌어 가려고

더욱더 노력하고 있다.

분노를 참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일들에게 그런 에너지는 쏟는 것은 정말

어리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내 시간을 쓰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비가 쏟아지는 저녁..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비를 맞는 것도 내 삶의 한 장의 추억이

되어가겠지.

이 길을 달리는 것은 가족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길이라는 생각으로 그다지 힘들지 않다.

그래도 새옹지마 같은 인생이라고 하니깐.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을 어쩔 수 있겠는가

그저 웃으면서 버티는 거지..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

안 되는 날이 있으면 되는 날도 있는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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