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통의 편지를 묻었다.
계속해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었다.
가을에 만난 이곳은 정말 힘든 순간에 한 모금 숨과 같았다.
은행잎이 떨어지던 그날, 면접을 보기 위해서 걸어왔던 그 길은 이제는 일상의 길이 되었다.
그동안 시간이 흐르고 많은 인연들의 맺음과 끝음이 계속되었다.
성인이 된 후에 맺어지는 관계는 어린 시절에 비해서 거리감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인연들의 가치까지 함께 높낮이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뜻밖에 마음이 통해서 나누는 사람들도 있고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들도 많다.
가족들과 떨어진 것도 벌써 몇 해인가...
그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상황이라는 것은 예측불허가 되면 불안해지고 걱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정말 한국에서 있는 동안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가득했다.
그런 여정에서 지금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처음 만났던 가을날은 잊기 힘들다.
작년에는 이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 내려가고 전달할 준비를
했던 것이 벌써 1년이 되었다.
분명 그때는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계획했는데
삶은 그렇게 흘러가도록 놓아주지를 않았다.
향수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그리움은 어떤 행복한 순간을 만나도 허전함이
일상에 묻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막내가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고 치료를 위해서 필요해졌다.
그렇게 떠나려고 노력했던 이곳에서 시간을 붙잡아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참으로 인생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건강하게 서로 조금씩은 육체적으로 마음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데 무엇보다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서 유대감은 더욱 굳건해지는 기분이다.
아무튼 가을에 만났던 이곳의 인연이 올해도 계속되면서 1년 동안 묻혔던 수십 통의 편지를
전하지는 못할 것 같아서 묻었다.
근데 뜻밖에 많은 편지 개수를 보고 아! 내가 이렇게 많은 고마움을 받았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며칠 후에 가족을 만나러 휴가를 가게 되는데 선물까지 챙겨주러 회사 복도를 뛰어오던
동료를 보면서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지고 여러 가치관들이 빅뱅처럼 부딪히는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따뜻함이 이렇게 깊게 베일정도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꽤 인정받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선물을 들고 달려오는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해서
마음에 새겨지는 풍경이었다. 훗날에도 새롭게 각인될 만큼 참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줘서
그래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새기지 않고 새로운 채움을 감사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해줘서 참 고맙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 계절 그대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