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왜 그리 서둘러서 달려왔는지 모를 시간들보다
먼저 도착한 것 같은 삶의 흔적들이지만
외할머니의 고운 빛깔 그대로 사진을 보니
금방이라도 안아 주실 것 같았다.
수많은 가족들이 엉켜져 있는 장례식장 풍경은
죽음의 땅이 아니라 화합의 장이자
새로운 미래들이 꿈틀거리는 가족의 동산 같았다.
흘린 눈물 덕분에 더욱 투명해져 서로를 애정하며
바라보고 대화를 이어간다.
10년이 넘는 공백기간이 무색할 만큼
언제 그랬냐면서 친한 사이가 된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여기저기서 소환된다.
동생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이..
옆에서 엄마는 형제가 모여 앉아서
오랜만에 대화를 하는 것이 좋았는지 몰래 사진을 찍어서
늦은 밤 전해준다.
엄마는 엄마를 보내면서도 자식들이 눈에 밝혀서
중년의 자식들이 여전히 고향에서 뛰어놀던 아이로 생각하시나 보다.
문득 장례식장 입구에 서서 바라보니..
슬픔이 아닌 자손들이 이만큼이나 모여서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좋으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일찍 부모님이 결혼해서 내가 세상에 나와서 몇 년간 친가와 외가
모두에게서 유일한 아이로 듬뿍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버텨낸 힘이 되어준 것 같다.
사랑은 사랑으로 말한다.
엄마를 사랑할 수 있어서..
동생을 볼 수 있어서..
친족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또 이별을 하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 기억은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죽음과 삶은 따로 있지 않다.
오늘 상중에도 회사 일을 하고 또 가야 하는 시간들이.
여전히 함께 하듯이.
작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필요해지고 대체하지 않는 것이 엄청난 일이 아니어도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찌 보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을지 모른다.
살아있다면 무엇이라도 어떻게든 헤쳐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 덩어리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을 안을 수 있는 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