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봄
아무것도 몰랐던 나에게
그녀는 세상 전부처럼 다가왔다.
웃음 하나에 하루가 밝아지고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미래가 선명해지던 시절
스무 해가 흘렀다.
계절은 수없이 바뀌었고
우리는 약속보다 일정에 익숙해졌다.
사랑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데
시간은 늘 우리보다 한 발 앞서 간다.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그 마음만큼은
처음 고백하던 날에서
한 걸음도 늙지 않았다.
다만 하루를 버텨내느라
행복을 돌아볼 숨이 짧아졌을 뿐.
버쁜 현실 속에서
놓치고 있는 건
사랑이 아니라 기억이다
함께 웃던 저녁
아무 말 없던 산책
당연해서 기록하지 못한 순간들.
그래도 오늘
잠깐 멈춰 그녀를 본다.
스무 살의 눈빛은 아니어도
스무 해를 함께 견딘
더 단단한 사랑이 거기 있다.
행복은 멀리 가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잠시 고개를 들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