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찬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어느 12월의 아침이었습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작은 마을은 아직 판자촌과 새롭게 아파트가 세워지던 그 시기에
이른 아침 부모님은 상자를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싶어서 빼곰 상자 안을 보았는데 쌀과 반찬들이 가지런히 담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고 받는 사람도 없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주세요'라는 짤막한 쪽지 한 장만이 상자 위에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좀 크고 나서야 부모님께서 12월만 되면 하셨던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한겨울 추위에 지친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의 온기가 되어 전달되었던 것이다.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고아원 등 다양한 종류의 가족 단위가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부모님께서는 꾸준히 그렇게 지금까지도 선물의 종류는 달라졌지만 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쉼없이 계속 되어지고 있다.
내가 장애와 어려움을 겪을때 받았던 사랑은 어쩌면 이런 부모의 사랑과 친절의 순환에 결과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이웃을 돕는 따뜻한 마음이 우리 사회를 더욱 살맛 나는 곳으로 만들고 있음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