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왜 그 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을까?
요즘 새롭게 일을 시작하면서 퇴근하고 나서 배달 알바도 하기 때문에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오랜 투병 생활 끝에 갑자기 출퇴근에 배달 알바까지 투잡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겁고 신나는 경험이다.
새롭게 시작된 일은 다른 글에서 연속해서 쓸까 생각 중이다.
나의 실패 일지는 지난 경험 중에 실패한 것들을 적을 계획이었는데 어제 일은 너무나 부끄러운
실패였기에 먼저 글로 옮겨본다.
어제도 퇴근 후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배달 알바를 시작했는데
요즘 경기가 정말 체감할 정도로 어려웠다는 사실을 알만큼 배달 건수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다.
배달도 없고 해서 밤 10시쯤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파트 출입구에서 어떤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신발이 날아갔어요
잠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해서 머뭇거리다가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그 아이는 중학교 1학년쯤 되어 보였는데 처음 보는 나에게 말을 걸만큼 다급했나 보다.
출입구 옆 나무에 자신의 신발이 걸린 것 같다면서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피곤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한쪽에만 신발을 신고 한쪽은 맨발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보여서 도와주기로 했다.
마침 손전등이 있어서 나무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보이지도 않고 나뭇가지에 걸릴만한
나무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 듬성듬성 나뭇가지가 있어서 걸리지 않고 땅에 떨어질만해 보였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그냥 생각 없이 발차기하다가 날아가서 나무 꼭대기에 있을 거라고
말을 했다.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면서 2층에 복도에 베란다가 있어서 그리 올라가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기에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를 아마 나뭇가지에 걸린 게 아니라
근처 화단 어딘가 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 노력을 했으면 할 만큼 한 거라고 생각해서 대충 근처 화단만 살펴보고 끝내려고
작정하고 아이에게는 집에 가서 다른 신발이라고 신고 오라고 말했다.
그 아이는 알았다고 대답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동안 남아서 화단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다그락다그락 소리가
있어서 올려다보니 그 아이가 내가 했던 대로 베란다에 올라가서 집에서 가져온 막대기로
나무를 흔들고 있었다.
속으로 "나무에는 없을 건데 찾으면 아마 땅바닥일 거다"
생각하면서 역시 어린아이라서 생각이 하나에만 묶여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뭔가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흔들리던 나무에서 신발이 떨어진 것이었다.
신발을 찾았다고 아이에게 말해주고 신발을 건네주었는데 아이는 감사합니다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의 말을 믿지 못했다. 아니 믿지 못했다는 것보다 처음에는 믿어주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형이라든지 상황을 스스로 재단하면서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여기면서
나무에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강해졌다.
그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5분 정도 밖에서 생각에 잠겼다.
왜 나는 아이의 말을 끝까지 믿어주고 함께 하지 못했을까?
나의 실패는 순전히 스스로 만든 결과이다.
언제부턴가 조금 더 안다는 이유만으로 어린아이들의 생각, 부족한 교육이라든지
사회적 지위를 고려한 상태 등등 그런 것들을 종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믿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통해 결국 그 믿음대로
신발을 찾았다.
분명 살다 보면 그런 믿음이 깨어질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실패한다고 해서 언제부턴가 우리는 합리적 사고라는 이유로 쉽게 믿음을
단념했는지 모른다.
비록 어제의 실패가 부끄럽지만 덕분에 우리 아이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주고
훈계보다는 믿어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