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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Apr 06. 2024

문을 열려면

: 희망의 파란 선을 그려보자!

글·그림 안경미, 『문 앞에서』(웅진주니어, 2021)




다섯 개의 아치형 문이 있다. 그 안의 문양은 모두 다르다. ‘지금 나는 어떤 문 앞에서 서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섯 개의 문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나의 눈에는 문고리의 모양이 먼저 들어왔다. 내가 문고리를 잡고서 있는 힘껏 밀어야 열릴 것 같은 문도 있고, 문고리를 가볍게만 톡톡 두드리면 누군가 나와서 문을 열어줄 것 같은 문도 있어 보였다. 회색빛의 문이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하면 이 문들을 쉽게 열 수 있을까?     



문 앞에 문을 열고 싶어 하는 세 자매가 있었다. 간단하게 열린 문은 그 안에 또 다른 새로운 문이 나왔다. 몇 번을 반복해도 그 안에 새로운 문이 계속 나왔다. 세 자매는 더 이상 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문을 부수기도 했고, 불태우기도 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은 계속 나왔다.



끝없이 반복되는 문을 여는 일에 첫째는 지쳤다. 그래서 첫째는 문을 우러러보는 나무가 되었다. 자신이 계속 문을 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것이다. 둘째는 문에게 질 수 없다면서 열쇠를 찾는다는 이유로 그 자리를 떠났다. 둘째는 계속 열리는 문들을 회피한 것이다. 결국 셋째 혼자 남았다. 셋째는 혼자 남아 계속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또 다른 문이 나오는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첫째가 된 나무의 잎이 다 떨어졌다. 좌절한 셋째는 문 앞에 주저앉았다. 자신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막막했을 것이다. 



그때, 파란 무당벌레가 셋째 손 위에 앉았다. 셋째는 살며시 파란 무당벌레를 손에 쥐었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펼쳤다. 



파란 무당벌레는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파란 무당벌레를 따라가는 셋째의 시선 끝에 바람에 출렁이는 파란 꽃들이 들어온다. 파란 무당벌레는 파란 자취를 남겼다.



셋째는 일어나 파란 무당벌레의 자취 같은 파란 선을 하나씩 그리면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열 때마다 그린 파란 선은 어느새 수없이 쌓였고, 그 선들은 새로운 파란 문이 되어 새로운 파란 세계가 되었다. 



셋째는 지치지 않고 계속 파란 선을 그렸다. 파란 무당벌레가 보여준 넓고 새로운 세상을 본 셋째는 자신의 희망을 하나씩 그려낸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많은 인생의 문 앞에 서 있다. 그 문을 어떻게 해야 열 수 있을지를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그 문 자체를 대단하게 생각하고 열 생각조차 하지 못하거나, 쉽게 열 방법을 찾으려고 회피해 보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물리적인 방법을 다 동원해 열어보려고도 한다. 



하지만 그 문 하나를 열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문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을 여는 것 자체가 우리의 인생일 수 있다. 문을 열어야 하는 것에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문을 열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회색빛이던 나의 문이 파란빛으로 바뀌는 그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오늘 나는 어떤 문 앞에 서 있을까?     




<우리 아이의 한 마디>

포기가 답이 될 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답을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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